지리산 피아골 단풍

2013. 11. 7. 17:15여 행

누군가는 '지리산'이라는 단어 자체만으로 설레여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설레여 하면서도 등산을 겁내 하기도 한다.

결국 같은 셀레임이고, 결국에는 새벽길을 달려 지리산을 오르겠지.

 

이렇게 갑작스레 지리산에 간적은 없는듯 하다.

말 안듣는 다리를 달래가며 한두달 산을 오르고, 짐을 꾸려 오르던 지리산을.

그대가 '지리산의 가을이 어떠하냐'라는 나의 물음애 당장 배낭을 꾸릴줄을 몰랐다.

그 설레임이 얼마나 큰것인지 조금이나마 짐작해본다.

나의 여행이 그렇듯, 그대에게는 지리산이 그렇구나. 라고 말이다.

 

새벽이었다.

파란 새벽이 되기전 까만 밤을 달려 구례로 향한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그 새벽녁이다.

 

지리산에서 잠을 청하지 않고 당일로 다녀온다는 것도 내게는 신기한

그야말로 '신기함'이다.

나의 여행에 누군가를 초대하듯.

너의 산행에, 나는 아무런 준비없이 눈꺼풀의 잠을 쫒으며 떠나는. 조금은 가벼운 발걸음이다.

 

 

 

새벽 6시.

구례터미널에서 성삼재행 버스는 사람들로 빼곡하다.

산허리를 돌고 돌아 40분 남짓.

성삼재주차장에서 노고단으로 향한다.

평탄한 길이지만, 조금씩 오르막길이고. 평탄한길을 두고도 계단길을 택하는 무모함 덕에

심장은 요동치기 시작한다.

 

 

 

 

 

아침 7시 40여분.

너무도 호사스러워 무엇이라 표현해야 할지.

평소에도 먹지 않는 아침을 노고단대피소에서 먹을 줄이야.

밥을 짓고, 찌개를 끓이고, 소고기를 구워 막걸리를 들이킨다.

막걸리 덕분에 산행은 무척 힘들었고, 나의 심장은 미친듯 요동쳤다.

 

 

 

 

 

오전 9시 30분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노고단고개로 향했고,

라면과 찌개냄새에 고개를 돌렸으나

그 부러움을 만끽하며 식사를 끝냈다.

첫번째 목표는 400m 거리인 노고단고개이다.

 

 

 

 

 

노고단대피소부터 돼지령까지는

처음에는 오솔길처럼 참 좋다.

하지만, 오솔길도 길어지면 숨이 차온다.

 

그래도 좋은것은.

비가 오려는지 나무냄새가 진동을 한다.

노고단대피소부터 돼지령까지 나뭇잎하나 보기가 힘든데,

너를 첫번째 단풍나무로 명명하노라.

 

 

 

 

 

날씨가 맑다면,

돼지령 오기전부터 앞과 오른쪽 산자락의 단풍을 볼수 있다.

흐린날의 단풍이지만 설레게 함에는 부족함이 없다.

 

 

 

 

너를 두번째 단풍나무로 정하겠다.

다 떨어진 가을나무 사이에서 찾은 귀한 가을나무이다.

물론 피아골로 내려서면, 가을에는 왜 피아골 단풍이라고 하는지 알게 된다.

그래도 나는 잠시나마 너를 느끼려 느린 발걸음을 더 느리게 걷는다.

 

 

 

 

 

 

임걸령

천고지가 넘는 곳에 샘이 있다고.

집에서 가져온 물을 버리면서 까지, 이곳의 물을 떠가는 이유는.

글쎄. 아직 지리산을 모르는 나로서는 쉬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조금 거짓을 보태어 '아주 맛있다'고 할걸 그랫나 보다.

 

 

 

 

 

피아골삼거리에서 피아골대피소로 내려선다

설마. 2km가 이런 길이라면.

캬 ~~~ 악

 

 

 

 

 

험한 돌길에 비하면 나무계단은 쉽기까지 하다.

차라리 떼굴떼굴 굴러 가는것이 빠를듯한

진심어린 생각을 가져본다.

그래도 다행인건 미칠듯이 다리가 아프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 정도는 탈만한데... 라는 생각을 가지면 자만이려나^^

아자아자 화이팅 !!!!

 

 

 

 

 

피아골삼거리에서 600m 바로 위쪽부터 단풍은 아래로 시작된다.

이곳에서부터 탄성을 지를 준비를 하여도 좋다.

안그래도 느린 발걸음은 여기서부터 더 느려진다.

떨어지는 단풍잎과 눈을 맞춰야 하고,

햇빛이 비췄다 가렸다 하는 단풍잎을 사진기에도 담고 싶고

마음이 바빠지는 순간이다.

 

 

 

 

 

지리산 피아골에 단풍 물들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돌길을 지난 보상이던가.

피아골 단풍에 눈은 호사스럽기만 하다

피아골로 내려서면 내려설수록 단풍은 아름답겠지만

이 순간을 '정지 버튼'으로 누르고 싶은 나의 마음을 누가 알리오.

 

 

 

 

 

단풍도 마지막 붉음을 노래하고

태풍과 늙음으로 인한 나무들 또한 그 붉음을 나눠려 든다.

나의 발걸음 또한 땅으로 조금씩 내려서며 가을속으로 파고든다.

 

 

 

 

 

 

오후 1시.

피아골대피소는 그야말로 가을이었다.

직전마을에서 피아골대피소까지만 와도 가을에 흠뻑 젖으리라.

 

라면에 귀한 계란하나 풀어 점심을 해결한다.

갓 담은 김치가 가을맛을 더한다.

이런 산속에서 계란을 넣은 라면이라니.

허허 웃음이 날뿐이다.

 

 

 

 

 

 

점심시간이 지나 피아골대피소를 지나 하산한다는 것은

줄줄이사탕 마냥 줄을 서서 내려가야 한다는 것이리라.

사실, 산행이 힘들다면 연곡사에서 피아골대피소까지가

쉽게 오를수 있고, 단풍이 제일 좋은 곳인데

사람이 많다 보니 구경이라기 보다는

떠밀려 다닌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산에는 때론 우측통행이라는 것이 없다 ^^

가끔은 나조차도 오르는 이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숨이 턱까지 차며 오르는 이가 인사를 먼저 할리 만무한데도

나조차도 인사에는 인색하다.

차라리 조금더 느림을 택하여, 한발더 물러선다면 즐거움은 배가 되리라.

물론 가끔은 무시무시한 교통체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붉디 붉은 터널을 통과하면

봄빛보다 더 찬란한 가을빛이 나타난다.

이 가을, 지리산 피아골을 대함에 있어 조금은 느림을 택하자. 라고 말하지만,

뒤에서 쫒아오는 이들의 발자국소리에 마음이 바빠진다.

 

 

 

 

 

 

나도 이 가을풍경에 뛰어 내리고 싶다.

국립공원 계곡에 들어가면 안된다는 따위의 말에는

신경쓰지 않고 나도 발을 담그고 파라.

마음은 간절하고, 신발속에 발가락은 꼼지락되지만

지리산 피아골 풍경을 눈으로 담기에도 바쁨에 산을 내려갈뿐이다.

 

 

 

 

 

 

지리산 피아골 단풍

아래만 보며 산을 내려서다가도

붉은 단풍나무 아래서는 흐르는 땀에 훔치며

뒤에 오는 이들을 먼저 보낸다.

먼 발치 그대 또한 나의 발걸음을 따라 억지 쉼을 하고 있을테지만

그대여.  가을을 눈에 마음에 담아주오

이 가을이 또 언제 온단 말이오.

 

 

 

 

 

 

지리산 피아골 삼흥소

단풍만큼이나 계곡에 발을 담그고 가을을 훔치는 이들이 많다.

사람이 붉게 물들어 계곡에 비추기도 전에

우리네 마음들은 단풍에 벌써 물들어 심장은 뜀박질하고 있다.

 

 

 

 

 

 

푸름과 붉음은 뒤썩이고 가을을 만들어 낸다.

그 설레임은 코가 찡긋하도록 너의 품을 파고들듯, 가을을 파고 들게 한다. 

이 가을을 보낼수 있으려나.

이 붉음을 내 마음에 어찌 담아 두리오.

 

 

 

 

 

 

여름아, 가을을 배려해다오

내려가는 그대여, 오르는 이들을 배려해주오

아직 해가 지려면 한참이거늘

바쁜 걸을 재촉하여 무엇한단 말이오.

이 가을을 두고 그대 어디로 가는게요.

여보시게. 여보시게. 여기라네.

이곳이 지리산 피아골이라네.

 

 

 

 

 

 

지리산 피아골에 가을이 깊어간다.

혼자여도 좋고, 둘이라면 더 좋다.

지리산의 가을이 주는 설레임을 조금이나마 나눠가지기를.

이 가을을 함께한 그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연곡사부터 피아골대피소까지는 오르기가 수월하지만,

사람들이 많아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등산화를 신었다면 피아골대피소부터 피아골삼거리로 향하는 1.4km 구간의 단풍을 추천한다.

가뿐 호흡과 근육통을 동반할수 있으니 안전 산행하세요.

11월 첫째주 지리산 피아골 소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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