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얼음골

2013. 11. 22. 15:21여 행

가을의 중심에는 밀양이 있다.

여름의 얼음골로만 유명한줄 알았던, 가지산이 품고 있는 그 산세에 마음이 녹아 내린다.

토요일 오전 변함없이 기차에 올랐다.

밀양역에서 다시 밀양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15분 정도 걸린다.

밀양역에서 터미널까지 이동할때는 오른쪽에 앉아야 한다.

그래야 밀양루의 가을을 잠시나마 눈에 담을수 있다.

밀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다시 얼음골 버스로 갈아탄다.

지루할법도 하지만, 밀양 금곡을 지나 펼쳐질 가을산에 그대는 깜짝 놀라리라.

 

마산 -> 밀양역, 무궁화호 2,900원

밀양역 -> 밀양시외버스터미널., 시내버스 1,100원(교통카드 이용), 15분가량 소요.

밀양시외버스터미널 -> 얼음골, 시외버스,  4,100원, 50분정도 소요.

밀양 얼음골 입장료 1,000원

 

 

 

2주째 주말마다 밀양에 오고 있다.

밀양에 한번 빼앗긴 마음은 쉬이 헤어나오지 못하고,

가을의 호수에서 첨벙거리게 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가을을 기다렸다.

허나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연꽃모양으로 펼쳐져서 가을을 휘감아 도는 가을산이다.

버스 창문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돼지코가 되도록 가을산을 바라보다가 잠이 든다. 

 

 

 

 

 

 

밀양 얼음골로 향햐는 초입에는 벚나무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설레임을 가득 담아 날리는 벚나무 잎들은 봄만큼이나 눈부시다.

아침 서리를 맞아 촉촉히 젖은 가을잎사이로,

새신이 필요한 아이마냥, 신발을 질질 끌며 걸어간다.

가을의 속도를 늦추려, 나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얼을골 입장료 천원을 내고는 그 자리에 멈춰선다.

밀양 얼음골의 가을은 이제 시작이거늘. 나의 발걸음은 벌써 가을에 취했다.

가을나무는 계곡에 취한채 한참이고, 드문드문 가을나무는 가을의 마지막을 향해 뽐을 낸다.

밀양골로 향해햐 할 발걸음은, 계곡으로 향한다.

낙엽이 수북히 쌓인 얼음골의 계곡은 내 발걸음을 만날때마다 가을소리를 낸다.

 

 

 

 

 

 

얼음골 입장료를 내고, 계곡을 따라 걷다보면 금새 표지판을 만날수 있다.

11월 중순 현재 한그루의 아주 큰 단풍나무가 그대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사실 키높은 가을나무들이 내린 단풍잎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놓치면 안된다.

 

 

 

 

 

 

나의 발걸음은 얼음골 산책로를 벗어나, 계곡으로 향한다.

수북이 쌓인 가을잎들은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나를 반긴다.

덜컹거리는 돌소리에 삐꺽대는 발목이 놀라 가을소리를 낸다.

밀양 얼음골은 가을에 취하고 또 취한다.

 

 

 

 

 

 

앝은 오르막에 땀이 나고 숨이 차지만

가을바람 한모금에 손가락까지 시려온다.

햇빛 한덩어리에 시려운 손을 녹이며 가을나무 아래에 선다.

 

 

 

 

 

 

가을을 보내기 아쉬워하는 긴 터널을 지나면

가을빛이 비치는 돌계단길이 나온다.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한걸음 한걸음. 더 가을로 다가서는 길목이다.

그 길끝에는 또 다른 가을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돌계단이 끝나면 다시 나무계단이 나타난다.

나무계단이 보인다는 것은 목적지가 가까워 왔다는 뜻이다.

가을빛으로 빛나는 이 길을 혼자 걷는다는 아쉬움보다는

이 순간의 새소리와 나뭇잎소리, 바람을 내가 다 가질수 있다는 생각에

심장은 고동치고 있다.

 

 

 

 

 

 

가을풍경인데 삭막하다고 생각하다면

잠시만 기다려보자.

몇발자욱만 더 걸으면 그대는 가을에 취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할 터이니.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도 좋다.

도시락을 먹거나, 따뜻한 차와 함께 달콤한 과자를 즐겨도 좋다.

물론 사진기만 달랑 메고온 내게는 바람한줌이 달달한 점심이다.

 

 

 

 

 

 

가을을 대하는 자세는 누구나 다를수 있다.

하지만, 밀양의 가을을 대함에 있어 우리는 탄성을 지르고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려야할 의무가 있다.

그래야만 한다. 이곳은 밀양이니까.

 

 

 

 

 

 

밀양 얼음골 주차장이 보인다.

가을산이 보인다.

곁에 없어도, 내가 보이고 네가 보인다.

흐르는 땀을 손으로 훔치고는 안경을 벗는다.

아 ~ 가을이다.

요동치는 심장만큼, 땀이 흐르는만큼

내게 가을은 가까이 있다.

 

 

 

 

 

딱히 표지판이 없어도 갈림길에서 오른쪽길을 택하면 폭포를 만날수 있다.

수량이 적어 폭포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 노란 나무아래 가을소리를 담아 내고 있다.

 

 

 

 

 

얼음골에서 내려가는길은 온천지가 낙엽길이다.

돌길이 낙엽으로 수북하게 덮힌지는 오래다.

덕분에 딱딱하던 돌길은 홍시마냥 말랑말랑 해지고 있다.

 

 

 

 

 

계곡을 따라 내려서는 하산길에는 작은 물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청솔매가 뛰어 다니는 작은 낙엽소리도 놓쳐서는 안된다.

물론 넘어질세라 뒤따르는 너의 숨소리도 말이다.

 

 

 

 

문득 뒤돌아 본다.

숨은 가파르고, 무릎은 정신없이 아우성 칠 무렵이다

가을이 뚝뚝 묻어나는 밀양골 한가운데 내가 서있다.

계곡 물소리를 따라 가을이 넘쳐난다.

 

 

 

 

 

별이 내려 앉은 밀양 얼음골에는 가을이 가득하다.

시뻘건 단풍보다는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더 많지만,

그대와 함께라면 어딘들 어떠리오.

 

이번 주말에도 나는 밀양행 기차에 오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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