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10. 01:40ㆍ여 행
11월 둘째주
전국의 모든 산이 붉게 물들었고, 가을비 소식이 있었다.
마음은 벌써 도솔천의 누비고, 쌍계루의 물고기와 노닐고 있지만.
이내 몸은 마산에서 기차로 50분이 채 되지 않는 밀양을 택했다.
느즈막히 일어난 토요일. 기차표를 예매하고 비를 기다린다.
가을비가 내리면 더 좋으련만. 하늘만 잔뜩 흐리다.
마산에서 밀양까지 기차로 50분이 채 걸리지 않고,
밀양역에서 밀양시외버스터미널까지 버스를 타고 15분 가량 소요된다.
석남사행 버스표를 들고는 찐한 차한잔을 마신다.
가을이 내려 앉은 가지산 자락의 가을나무를 상상하며,
나무냄새를 맡듯 커피 한모금으로 기다림을 만끽한다.
밀양 얼음골을 지나 석남사방향으로 향한다.
긴늪을 지날때부터 밀양의 산자락은 가을빛을 내었고,
들녘은 붉은 사과나무가 반짝인다.
얼음골을 시작으로 가지산도립공원은 여러개의 폭포와 사찰을 품고 있다.
창문에 매미 마냥 붙어서는 가을산을 훔쳤다.
'좋다'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가을이다. 이 가을이 또한번 내 맘을 빼앗아 간다.
비가 쏟아져 내릴듯 하늘은 잔뜩 흐렸지만,
가을나무는 뽐을 내느라 정신이 없다.
가지산으로 향하는 길목부터 붉은 단풍에 설레인다.
길을 걷다가 되돌아 보고, 하늘을 올려다 보고.
어느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다.
석남사로 향하는 길은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어 있다.
사람이 많을때는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없으나,
간혹 차들이 다니니 조심해서 걸으세요.
가을나무들은 벌써 땅위로 내려 앉고 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먼지가 나도록, 신발이 닳도록 낙엽과 뒤섞인다.
내게서도 나무냄새가 나듯, 가을향기를 품듯. 내 몸을 낙엽위에 부벼댄다.
기다리던 비가 내린다.
비에 젖을 사진기가 걱정이지만,
우산도 준비했고.
이젠 가지산 단풍을 즐길일만 남았다.
후두둑하고는 떨어지는
나뭇잎의 빗방울 한모금하고는 비를 뿌려댄다.
그 소리에 놀라 어깨를 움추리지만
금새 나무냄새를 풍기며 가을이 성큼 다가온다.
늦은 오후,
비가 내리는 가지산에는 작은우산이면 더 좋다.
사람의 체온이 간절해지는 가을이다.
며칠전 음악회에서 한번더 상기시켜 준것처럼
그대를 안고는 사랑한다고 말해야지.
비를 핑계삼아 그대의 작은 우산속으로 파고 들리라.
가을비는 조용한 소란스러움을 만들어 내고
가지산 단풍은 그에 응답이라도 하듯,
가을잎 하나,둘.... 여러개를 내려 놓는다.
조금씩 흩날리는 가을나뭇잎에 입을 벌리고는 한참을 서 있는다.
여름에 발 담그고 놀던 계곡에는
가지산 단풍이 대장노릇을 한다.
바스락거리던 낙엽위로도 작은비가 내려 앉는다.
나의 여름을 보내려 기차를 타고 왔다.
이 가을이 찾아오지 못할까바
조바심을 내며 비를 기다리고, 너를 기다린다.
비가 오는 날이면 더 좋다.
산책은 더 여유로울 것이고. 커피향은 더 진하게 풍길터이니.
붉고 노란 단풍길이니, 그대가 시커먼 옷을 입고 와도 좋아요.
그 어떤 모습이라도 그대를 빛날터이지만,
이 가을의 찬람함에 또 어찌 비유하리오.
'하얀원피스에 긴 머리를 풀고 오라'는 말은 농담이 아니에요.
지금의 그대모습을 담고 싶으니까요.
사진을 찍기 싫어하던 그대도 이젠
내 앞에서 제법 예쁜 모습을 보이니까요.
비가 오는 날이면 그냥 오세요.
예쁜 우산은 제가 준비할께요.
비가 오는 날이면
그대와 차한잔 마시고 싶어 지네요.
돌담길을 따라 가을비는 내리고,
그대와 우산아래 같이 걸어 갑니다.
내 마음도 모르고, 그대는 발걸음을 재촉하네요.
가을비 내리는 우산아래로 그대의 숨소리가 전해집니다.
밀양 얼음골을 시작으로 구불구불 고개를 넘어 석남사까지 이어지는 가지산.
얼음골에 차를 세우고 얼음골, 호박소를 걸어도 좋고
석남사에 차를 세우고 산책을 즐겨도 좋다.
한적하게 즐기기엔 얼음골보다는 석남사가 나은 편이다.
석남사 입장료 성인기준 1,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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