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왕산 억새에 취하다

2013. 10. 12. 23:52여 행

10월. 바람이 불어오는곳.

그곳으로 향한다.

 

억새와 바람이 뒤엉켜 어떤 모습으로 가을로 향해갈지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

그 설레임이 화근이었는지, 카메라 메모리카드를 집에 두고와서 집에 다시 다녀오느라

오후 2시에야 창녕에 도착할수 있었다.

 

해가 질때까지 시간은 여유로운데, 오랜만의 산행이라 그런지 긴장된다.

올해는 웬지 느낌이 좋다.

화왕산을 시작으로 덕유산, 지리산, 한라산까지 아무래도 쭉 달릴것 같은 좋은 느낌이 든다.

 

창녕시외버스터미널을 나와 오른쪽방향의 편의점을 돌아 길 끝까지 쭉~~ 올라 가다가

왼쪽에 화왕산 올라가는 길을 만날수 있다.

창녕시외버스터미널에서 화왕산 매표소까지 도보로 20~25분 정도 소요된다.

 

매표소에서 다시 화왕산 초입까지 1km 가량 더 걸어가서야 산행은 시작된다.

그나마 가파르지 않은 제3등산로 선택한다.

매표소에서 화왕산 정상까지 3km 남짓 걸린다.

제3등산로에는 그늘이 많다.

요즘 같은 계절에는 서늘하기까지 하다.

제1등산로는 가파르고 돌계단이 많으나,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산행할수 있는 장점이 있다.

 

편도 1시간 50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오후 4시에 도착했으니 2시간가량 소요된듯 하다.

 

 

 

 

 

화왕산 억새

 

 

 

 

 

 

제3등산로로 오르다 보면,

아이스크림, 설레임, 맥주. 라는 하얀색 간판을 볼수 있다.

그 간판을 보았다면 능선끝까지 왔다는 얘기고. 왼쪽 위로 정상이 바로 보인다는 증거다.

 

산에 오르면 아이스크림을 다 주냐는 아이의 물음이 귀엽기만 하고.

사 먹어야 한다며 설명을 해대는 부모의 대답도 귀엽기만 하다.

 

 

 

 

 

나름 쉬운 제3등산로를 선택했지만,

쉬지 않고 와서 인지 맥주 한모금이 간절하지만.

해가 어두워지기 전에 내려가려면 바람도 억새도 

서둘러 내 눈에, 내 맘에, 내 카메라에 담아야 한다.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바람이

젖은 머리카락을 휩쓸고 지나간다.

낯선 사내의 손길이라도 스친듯

어깨가 움츠러 든다.

땀이 바람에 날려가지만

심장박동수는 점점 빨라진다.

 

내 앞에 펼쳐진 바람소리에 숨죽인다.

 

 

 

 

 

 

오후 4시.

허기가 느껴진다.

초콜릿 하나를 물었다.

달달하다.

이 달달한 바람소리를 내 마음 한켠에다 우거적 우거적 씹어 삼킨다.

 

 

 

 

 

시간이 늦어서인지 사람이 많지 않다.

억새사이로 사람들이 사라진다.

바람이 억새가 사람들을 집어 삼킨다.

너의 품에 뛰어들듯 나도 억새속을 걸어 가련다

 

 

 

 

 

눈부신 가을이다.

창녕 화왕산의 억새가 바람을 만나 나부낀다.

잦아들든 내 맘에도 바람이 분다.

 

 

 

 

반짝반짝

너만큼이나 눈이 부셔서 눈을 깜빡인다.

해가 곧 질터인데. 발걸음은 아직도 바위위에서 부비적 거리기만 한다.

눈에 담아도 담아도 넘치지 않아, 또 보고 또 보고.

 

 

 

 

 

기암과 억새가 만나 펼치는 가을노래.

산을 내려온 오후 6시에는 저 산자락이 붉게 물들었다.

오후나절 내내 심장을 세차게 뛰게 하던 화왕산 억새와 바람.

 

 

 

 

 

 

화왕산 가을 바람에

새파랗게 질린듯 보였던 너의 얼굴은

나의 손으로 깜싼듯

해질녁 햇살을 만나 따스하게 변하고 있다.

이제는 헤어져야 할시간.

 

너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서있다.

억새와 취했는지

술에 취했는지

가을에 취한 너의 모습을.

 

 

 

 

 

10월의 화왕산 억새를 본적 있는가?

하루 하루 지날수록

하얗다 못해 눈부신 억새꽃을 피우고

바람결에 온 몸을 맡기고 나부낄 것이다.

 

단풍을 기다리다 애가 탄다면

억새꽃이 피어나는 화왕산으로 그대를 초대합니다.

 

 

 

 

 

 

 

 

'여 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산먹거리 - 생선구이, 뽈락찌개  (0) 2013.10.30
마산 국화축제  (0) 2013.10.29
진주 남강 유등축제  (0) 2013.10.05
북천 코스모스 메밀꽃 축제  (0) 2013.10.05
주남저수지 코스모스  (0) 2013.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