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석평전의 그 많던 철쭉은 다 어디로 갔는가?

2017. 5. 22. 16:19여 행

금요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국립공원 홈페이지를 배회하다가 세석대피소에 자리가 있는걸 발견한다.

너무 놀라 심장이 벌렁거려 친구에게 예약을 맡긴다.


일요일 당일로 다녀오려고 했던 세석을 운좋게도 하룻밤 자게 되었다.


이때만해도 너무 신이나서 왜 세석에 몇자리 나왔는지는 생각치 못했다.

대기자까지 예약마감이었던 자리가 왜 났을까요 ??? ㅋㅋㅋㅋ


이유는 바로.......



5월 20~21일 다녀온 거림에서 세석대피소 얘기  들어보세요.





이번 주말엔 여름못지 않게 덥다고 했다. 더운날에 내가 산을 가는게 아니라, 하필이면 내가 산에 가는 날에 날씨가 더운 것을 어떻게 할것인가.

5월 셋째주면 이제 여름이라고 바도 무방하다.


모자, 선글라스, 팔토시 할것없이 죄다 챙겼다.

중무장후 걷다가 모자, 선글라스를 하나씩 벗기 시작한다.


아주 가끔씩 바람이 불어왔고, 거림계곡을 따라 계곡바람도 가끔 느껴졌다.

이런 바람앞에 모자를 쓰고 있을수가 없었다.


선글라스 벗으니 온통 산자락은 초록이다.

들녘은 벌써 봄을 지나 여름을 닮은듯 초록은 짙어만 가는데 지리산은 봄이 한창이다.





거림에서 세석대피소로 오르는 길은 여기서부터 진짜 시작이다.

나무계단, 돌계단 할것없이 끝도없이 이어진다.


이번 산행 많이 힘들었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아낙의 얼굴은, 어제 내가 오를때와 비슷하게 흙빛 이었다.

곧 쓰러질것 같았다.

이제부터 진짜 산행이 시작된다고 했을때 그 표정을 나도 여러번 지었다.

아무쪼록 그대가 안전한 산행을 했기를.





끝이라도 보이면 그나마 나은편이다.

돌면 또 나오고, 돌면 또 나오고. 오르막이 끝없이 이어졌다.

거림코스가 처음이 아닌데 이렇게 힘든건 처음이다.


새벽까지 이어진 음주때문이라고 핑계를 대어보고 싶다.





그렇다. 이곳은 국립공원이 아니던가.

나무계단을 끝없이 오르고 나니 돌계단이 또 나타났다.

턱끝에 땀이 조롱조롱 걸린다.


이럴줄 알고 손수건이 아닌 타월을 목에 둘렀다.





철쭉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1400고지 부근에서 친구를 다시 만났다.


죽상이던 내 얼굴을 보고는 오늘 산행이 가능할까 라고 생각했단다.

덕산에서 흑돼지를 사면서도 나는 어제도 먹은 삼겹살을 오늘 먹을수 있으려나 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저승사자처럼 뒤에서 나를 몰고 가던 친구가 이날만은 나를 배려해 먼저 산을 오른다.

멀리 가다가 스틱소리가 안나면 기다렸다가 가기를 수차례.


나무와 돌계단의 격한 오르막을 오른후 쓰러질거 같았는데, 1400고지 부근에서 친구의 배낭이 보인다.

쓱 ~ 미소가 지어진다. 힘들었는데 친구의 배낭을 보니 위로가 된다.

일찍 가서 자리배정 받고 있을줄 알았는데 ~ 아이고 좋아라.


5월 20일 현재 1400고지 부근에 철쭉이 피어있다.





오후 1시 35분 거림주차장을 출발해 오후 6시 10분 세석대피소에 도착한다.

친구와 나 둘다 오늘 걸린 시간을 보곤 헛웃음을 지었다.


이런 시간은 나올수 없는 시간이다.

새벽까지 이어진 회사 술자리를 핑계를 대어보지만 이렇게 오래 걸리다니...


친구는 술이 아니면 이건 말이 안되는 시간이라고 했다.

적극적으로 맞는 말이다.


절대 이 시간을 참고해선 안된다.

보통 3시간 ~ 3시간 30분 정도면 오를수 있다.


이렇게 얘기해놓고 다음번에 또 이렇게 시간이 나오면 어떻하지....





세석대피소 바로 아래 이런 식수장이 있고, 겨울엔 이 식수장이 얼기 때문에 조금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임시식수장이 있다. 왼쪽 호스에서 물이 콸콸 잘 나온다.


거림에서 출발해서 세석으로 오면서 처음에는 2키로 이상 걸으면서 물을 한모금씩 먹기 시작했는데, 4키로 넘어서고 오르막이 시작되고 나니 500미터를 채 못가서 한모금씩 물을 먹게 되었다.

500미리 생수 두병 구입후 세석에 오니 반병정도 물이 남았다.


지난번엔 1400고지 못와서부터 물이 먹고 싶은걸 참고 세석까지 왔더니 밥이 안들어 갈 정도로 물만 들이켰다.

그래서 이번엔 조금씩 자주 물을 먹으면서 올라왔는데, 물을 먹자말자 입안이 바짝 바짝 말라간다.









나무의자만 있던 세석에 외부공간에도 취사장같은 구조물이 들어섯다.

여기서 의외로 많이들 식사를 하신다.





세석대피소가 날로 새단장 중이다.

머가 달라졌을까요?


바닥공사를 새로 했네요. 울퉁불퉁하던 바닥이 매끈해졌어요.

바닥공사 기념으로 사람도 없고해서 바닥에 앉아서 저녁 먹기로 했어요.





세서대피소 자리배정 받으러 올라가다가 보니 뜨악 ~~~~~~~~~~~~~~~~~

꽃이 없다.

철쭉이 한개도 없다.

이럴수가

그래서 세석대피소에 몇자리가 비었었나....


그래서 내가 이곳에서 잠들수 있는 행운을 누릴 기회가 오기도 했다.


어서 옷갈아입고 저녁 먹으러 가요.





오늘도 훈훈하게 물을 니가 뜨러가니 내가 뜨러가니 하다가 수통주인인 친구가 물뜨러 갔네요.

세석대피소 밖에서부터 실내취사장까지 온통 삼겹살 굽는 냄새라, 어제도 삽겹살을 먹은 나는 헛구역질을 연신 해대고 있었다.

몇해전 빈속에 산행후 장터목대피소에선 삼겹살 냄새에 그만 저녁을 못먹고 잠들고 말았었다.


그래서 오늘은 덕산에서 억지로 컵라면에 삼각김밥도 하나 먹었다.

그치만 삼겹살 냄세에 속이 좋지 않다.


그래서인지 덕산에서 사온 흑돼지를 사면서 얻어온 돼지껍데기부터 한판 굽는다.

홈플러스에서 사둔 명의나물에 돼지껍데기 싸먹으니 우와 ~

내가 언제 헛구역질을 했나 싶게 잘 들어간다.

명의나물의 짭짤하고 달달한 이 양념을 누가 이길 것인가.


그렇게 흑돼지를 서너판 구워 먹곤, 된장찌개를 끓인다.

멸치를 우려내고 된장과 고추를 넣은후 두부를 넣으면 완성.


고슬고슬 지어진 밥에 계피 팍팍 뿌리진 생김치를 먹으니 우와 ~

미련하게도 또 잘 들어간다.



매점 이용시간이 끝나고 9시 30분에 소등한다며 국공아저씨가 취사장에 다녀갔다.

왜냐면 그 시간에 실내취사장엔 친구와 둘 뿐이었다.


혹시몰라 헤드랜턴에 건전지를 끼워둔다.


그 이후로도 과일을 깍아 맥주로 입가심을 한다.

그러는 사이 취사장 밖에선 큰소리로 전화를 하고 금방이라도 세석대피소가 무너질듯 얄궂은 남들의 대화를 어쩔수 없이 들어야했다.

또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다들 자러가고 조용해진다. 그러는 사이 실내취사장은 소등되어 깜깜해지면 헤드랜턴에 의지해 오늘이 끝인것처럼 같이 오지 못한 친구들 얘기며 지난날들의 지리산얘기로 밤을 채워간다.


깨어 있는 사람이 없는 시간이면 지리산 세석의 별은 더 빛이 난다.

헤드랜턴을 끄고 잠시나마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어도 좋다.

다시 오지 않을 세석의 밤이 자나가고 있다.





짜잔 ~ 1월달에 세석에 와서 만난 신문물. 개인신발장.

자리배정과 상관없이 아무거나 사용하면 좋다. 대신 키를 분실하면 만원 배상해야 된다는 문구가 있다.




내가 잠들기도 전에 많은 분들은 천왕봉 일출을 위해 세석을 나섯다.

시계를 계속 보아도 아침이 오지 않는 긴 시간이 이어진다.





오늘 새로운 요리가 탄생했다 ^^

라면 한개분량의 물을 붓고 진짬뽕 소스를 넣어 끓이다가 어제 남겨둔 흑돼지를 넣어 끊이면 정체불명의 찌개탄생.

정말 이상할거 같지만 엄청 고소하고 칼칼하니 맛있다.


쉬운 계란후라이만 내가 한다 ^^





세석대피소에서 다시 거림으로 내려선다.

당연히 모자나 선글라스는 가방에 넣고 안경만 준비한다.

오른쪽 무릅이 욱신거리더니 또 걸으니깐 괜찮은거 같기도 하다.





세석에 꽃은 피지 않았지만 초록폭격을 맞은듯 봄이 진행되고 있는 세석이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지리산으로 떠나세요.

작년 딱 이맘때엔 세석의 철쭉이 지천이라 검색을 안해보고 방문했더니, 역시 산의 날씨는 알수가 없네요.

이번주에 철쭉이 필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6월 첫째주까지 가야 될지도 몰라요.

1400고지 부근에만 현재 철쭉이 피어 있어요.

꽃을 꼭 ~ 보고자 한다면 검색 꼭 해보고 오세요.





세석대피소 5월 현재 2호실 실내온도 23도로 난방되고 있어요.

반바지에 반팔 입고 자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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