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성삼재에서 바래봉까지 걷다

2015. 6. 2. 17:18여 행

5월 셋째주 지리산 서북능선 소식 전해드립니다.

 

가보지 않은곳은 누군가 20km라고 말을 해도 와닿지 않는다.

내가 걸어본 가장 비슷한 거리나 지리산 어디메쯤 산자락을 상상을 해보아도 감이 오지 않는다.

농담처럼 한말들이 술자리에서 굳혀지고 나는 깊은밤을 달리고 있다.

 

성삼재 -> 정령치 -> 바래봉 -> 용산주차장

지리산 서북능선을 나는 걷고 있다.

 

 

 

가보지 않는곳이라 어떻게 가야하나 막막했는데

검색을 해보니 다들 능선사진을 많이 올렸는데 이유를 몰랐다.

그랬다....

수도 없이 보이던 그 능선들을 많은 님들은 다 넘어 오신거였다.

그냥 바라보던 것이 아니라 두발로 그 능선을 넘었다는 사실을 왜 나는 지리산에 오고서야 알았을까...

내가 가야하는 능선을 보여주는 지리산은 때론 희망고문이다.

잡힐듯 잡히지 않는 그대는 욕심쟁이

 

 

구례->화엄사, 성삼재 올라온 길 -> 남원방향으로 아주 쬐금 내려가면 왼쪽에 초입이 보인다.

멀리서 보면 문이 닫혀 있는것처럼 보여서 살짝 놀랐다.

 

 

 

 

 

 

 

 

 

 

 

 

 

능선을 넘다가 뒤돌아본 성삼재주차장

 

 

 

 

 

 

 

 

 

 

 

 

 

 

만복대 표지판 아래쪽엔 파리와 벌레들이 우글우글

누군가 술을 부어서 그런지 벌레들이 너무 많아요.

 

 

만복대에서 올라온 길을 되돌아보며.

만복대 오기전부터 만복대까지는 그늘이 없어요. 되도록이면 빨리 탈출하시면 좋아요.

 

 

 

 

 

 

만복대에서 정령치방향엔 일단 내리막으로 시작.

 

 

 

 

 

 

철쭉은 예쁘지만 이 땡뼡 어떻게 할꼬야

 

 

 

 

 

 

 

 

특명 식수를 찾아라

여기서 물보충을 안하면 이 땡볕에 나는 살아남지 못하리

다행히 블다가 가르쳐준 화장실 뒷편에서 살짝 세수도하고 오늘따라 도움안되는 오이도 먹고 화장실도 해결

 

 

 

 

 

 

정령치에 차를 세워두고는 산책삼아 살짝 걸을까 말까 하는 연인들 틈에서 나도 고민중이다.

어디까지 가야 그늘이 나올까

 

요기서 에피소드 하나

정령치에서 본 표지판에는 정령치 -> 세걸산까지 3.8km 편도 1시간 30분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늘이 없어도 세월아 네월아 하며 천천히 걸었다.

하지만 계산 착오였다.

이곳은 서북능선이다.

그랬다.

이곳은 설악산의 한계령처럼... 내가 끝청을 찾아 헤맸던것처럼 ....

그랬다 .... 세걸산은 설악산의 끝청 같은 곳이었다.

1시간 30분 택도 없는 소리였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나는 정령치에서 세걸산까지 성난 소처럼 씩씩대며 걷다가,

나중에는 그마저도 힘겨워서 2초에 한걸음 5초에 한걸음 여러초에 한걸음

나의 체력은 세걸산에서 바닥나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마애불장군 보고 싶지만, 다리가 천근만근

사실 300미터를 갔다가 올 자신이 없다. 산에서의 300미터는 너무 멀다....

 

 

 

 

 

 

정령치에서 고리봉까지 800m라고 했는데 지나쳐 온걸까

왜 안나오지...... 그랬다..... 내 걸음이 너무 느렸던게다....

나는 아직도 고리봉에 도착하지 못했다.

 

 

 

 

 

 

고리봉에선 다시 내리막이 이어진다.

설마 눈안에 보이는 저 능선을 내가 또.... 설마......

이제는 내리막도 무섭게 느껴진다.

내려간만큼 다시 올라야 한다는걸 알아버렸다.

나는 능선에 너무도 약하다.....

 

 

 

 

 

 

 

 

 

 

새들이 짹짹 울어대는 세걸산.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세걸산.

세걸산에서 바라보는 천왕봉의 모습은 무어라 표현해야 될지 모를 정도로 벅차다.

지리산의 세걸산은 내게 설악산 끝청과 같은 느낌.

두번째로 설악산을 찾았을때 한계령에서 가도 가도 나오지 않던 끝청

끝청에서 쉬어가려 그토록 혜맸었는데 알고보니 끝이라서 끝청이라던....

암튼 잊을수 없는 세걸산

 

세걸산과 세동치 중간쯤에 샘터가 있다.

물 콸콸 나오니 잠시 쉬어가세요.

등산로를 벗어나 샘터까지 살짝 내리막이라는 슬픈 사실.

 

 

 

 

 

 

철쭉이 군데군데 보이기 시작한다.

벌써 정상에 온듯 설렌다.

 

 

 

 

 

 

사진을 찍기 위해 삼각대가 우르르 서있다.

어쩌면 그들의 사진풍경에 내가 지나온 길과 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엄청난 필름카메라 할아버지께 양해를 구하고 스마트폰으로 나도 찰칵

 

 

 

 

 

 

 

 

5월 3째주 팔랑치엔 꽃이 많이 졌다.

 

 

 

 

 

 

팔랑치 -> 좌 용산주차장 / 우 바래봉 갈림길

 

 

 

 

 

 

 

 

바래봉 정상 가는길

실제로 보면 정말 신비스러운 길끝에는 약수터가 있어요.

벌컥벌컥 마셔야지.

 

 

 

 

 

 

요기다가 배낭을 내팽겨치고는 정상으로 향한다.

정상에서 다시 되돌아올때까지만 기다려줘.

배낭이 없으니 날아갈꺼 같지는 않지만.... 홀가분함에는 틀림없다.

 

 

 

 

 

 

 

 

정상석이 갇혔다....

등산로를 밧줄로 표시를 해보지만 말 안듣는건 아이나 어른이나 같다 ^^

 

 

 

 

 

 

팔랑치가 무더기 철쭉이라면 바래봉 정상은 솜사탕마냥 한덩이씩 둥둥둥

 

 

 

 

 

 

바래봉에서 다시 용산주차장까지 4.2km

그 어떤 길보다도 발바닥이 무척이나 아팠다.

내리막길에 돌길이 웬말이란 말인가.

스님인듯 스님아닌듯 보이는 분들이 모금함을 가지고 나오셨다.

바래봉 가는길은 목탁소리로 가득하다.

 

요기서 에피소드 둘.

용산주차장 -> 인월 -> 함양 -> 진주 -> 마산

요것이 나의 계획이었는데..... 계획대로 되지 않는것이 인생사.....

우여곡절 끝에 나는 북천의 꽃양귀비를 보고 집으로 돌아온다.

 

에피소드 셋 넷 다섯 여섯 일곱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낀다.

고생한 블다에게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바칩니다.

 

 

 

구례 -> 성삼재 버스시간

 

 

 

 

블다가 지리산 서북능선을 추천한 이유를 알듯도하다.

폭 30~50cm의 좁디 좁은 1인용 숲길.

첫번째 고리봉까지가 딱 좋은 서북능선.

물보충은 정령치휴게소

천왕봉 잘보이는 세걸산

꽃이 지던 팔랑치

나무데크에 갇힌 바래봉정상석

내리막 돌길에 아우성치던 용산주차장 가는길

내가 알던 지리산과 완전 다른 서북능선

한여름 되기전에 서북능선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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