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제석봉

2009. 12. 5. 13:16여 행







일요일
별이 빛나던 밤이 끝나고 온 세상은 하얗게 변하고 있다
앙상하던 나무에 눈이 내려 앉고 있다






 

장터목대피소 -> 천왕봉 1.7키로

아침도 먹지 않고 천왕봉을 지나 로타리대피소에서 아침을 먹을 요량이었지만,
눈 오는 아침을 장터목에서 한껏 누렸다
아이젠을 준비 하지 않아 우선, 제석봉까지라도 오르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제석봉
석봉아 기다려라 ~ 내가 간다






장터목대피소 -> 제석봉 구간은 돌계단 오르막길로 시작된다
20~30중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도, 있어도
자꾸만 뒤를 돌아 보며, 눈이 와도 눈을 크게 뜨고
풍경을 담아 두어야 한다
눈이 오는 지리산의 오늘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오전 8시 40분경
이 가족은 천왕봉을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나무가 없어 돌뿐인 천왕봉엔 눈이 꽤 쌓였단다
이 정도 눈이라면 천왕봉에서 법계사 가는길의 돌계단은 쉽지 않다
온통 돌계단이라 오를때도 그곳은 녹녹치가 않다
욕심도 좋지만, 다치지 않게 내려가는게 중요하니깐
우선은 제석봉 능선까지만 가야지
석봉아 내가 간다 ~~~







다른 계절도 그렇지만, 겨울에는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더더욱
뒤를 돌아바야 한다
내가 걸어온 길이 또 어떤 풍경으로 바꿨을지 모를 일이다
겨울산은 마법을 부리곤 한다







내 눈에는
지정된 등산로를 알리는 말뚝 마져 아름답다

겨울에 태어나서 인지
따뜻한 남쪽에 살다보니, 눈구경 하기가 어려워서 인지
나는 눈 내리는 겨울이 참 좋다






불타버린 고목은 제석봉의 상징이다
도벌꾼이 남긴 흔적은 참 오래도록 남아 있다
무지개빛 해가 뜨는 제석봉이 오늘은 하얗게 변해 간다
내 옷에 맞아 툭툭 눈이 떨어지고, 바람에 쓸려 휙 ~ 하고 나는 소리는
몹시도 춥고, 지독하게도 외로움이 느껴지는듯 하다
눈이 내 몸에 조금씩 쌓여 간다







시간이 멈춰 버리는 곳. 제석봉
다시 제석봉에서 멀어져 간다
남들은 천왕봉에 가기 위해 산을 오른다지만
나는 제석봉에 오기 위해 장터목에서 꼭 하루를 묵는다
올해도 빼놓지 않고 제석봉에 내 발자욱을 남긴다

 





일년에 딱 한번 겨울이면 오르는 제석봉
그런 아쉬움 때문인지. 제석봉은 내가 미리 크리스마스를 선물한다
저 큰 나무에 내 마음을 주렁주렁 걸어 두고 가야 겠다
제석봉 크리스마스 트리에 마음 하나 하나를 걸어야 겠다

일년에 딱 하루를 위해
나는 다시 일년을 기다릴 것이다
나는 내 마음을 싣어 지리산 바람결에 엽서를 쓰고
제석봉 너는 내게 묵묵히 겨울산으로 답한다






잔잔히 내려 앉던 눈은 한시간만에 수북히 쌓였다
장터목대피소는 산타가 놀러올 만큼 많은 눈으로 변하고 있다







장터목대피소 -> 중산리 5.3키로

오전 10시 중산리로 고고 ~~~
4시간 30분 후
나는 중산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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