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떠나는 제주도여행

2012. 2. 24. 16:01여 행

겨울에 떠나는 제주도여행

무어라 말할수 없는 겨울빛 바다와 한라산이 기다리는곳, 제주도
올라도 올라도 끝이 없었던 어리목,
미끄럼타듯 너무도 짧게 느껴졌던 영실,
더 힘들었던건 영실매표소에서 영실주차장까지의 40분
광어회 한점과 목젖을 적셨던 제주막걸리 한잔
내눈에는 틀림없던 오메가의 광치기해안
그리고, 나를 미친듯이 이끌었던 김녕바다
김녕바다 덕분에 나는 헐레벌떡 분을 다투며 공항으로 향하게 된다


 


 

오전 8시 40분
마지막으로 산에 간게,
제작년 설악산이었는지, 작년 지리산이었는지 생각도 나지 않을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러고 보니, 작년 가을에 영광에서 일몰을 본다며 작은 동산을 올랐던게 마지막이었던거 같다

늘 그렇듯 겨울산을 올랐다면
지리산, 덕유산을 이어 마지막으로 2월에 한라산에 올랐을 것이다
지리산, 덕유산을 생략했더라도 한라산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겨울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매표소에 가기전 길목에서 나무에 취한 내게 누군가는 말했다
'어서 갑시다. 여기는 아무것도 아니요. 어리목을 오르다 보면 이런것은 아무것도 아니라.'
그랬다. 그 말이 맞았다
길목의 그 풍경들이 아무것도 아닌것은 아니었지만, 내 심장을 뛰게 함에는 틀림이 없었다
설렘에 대해 심장이 뛰는 것이 아니라, 감기로 인한 가뿐 숨을 내쉴때마다 내 심장은 벌떡벌떡 뛰었다
내 뒤를 따르던 단체등산객이며, 가족끼리 온 이들과 또 많은 사람들을 먼저 보내었다







 

사제비동산을 지나, 만세동산으로 향하고 있다
숲터널을 벗어나 사제비동산을 만났을때는, 윗세오름에 다 온듯 기뻤지만 ...
2.3km 남은 등산로가 내 발목을 잡는다
지금 이 순간이라면, 바다도 눈도 산도 필요없다
다시 내려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꽁꽁 얼은 초콜릿 한개와 살얼음 언 생수 한모금을 먹고 힘을 내어보지만,
내 다리는 천근만근이다







 

대피소에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화장실이다 ^^
화장실마저 풍경이 되는 한라산이다
생크림을 듬뿍듬뿍 부어 놓은듯, 앙 ~ 하고 한입 베어 물고 싶다







 

오후 3시
도대체 이 줄은 무엇이란 말인가?
설마, 천오백짜리 라면하나를 먹자고 이렇게 줄을 선것은 아니겠지 ... 아닐꺼야
지금은 오후 3시경. 이 줄이 줄어들기나 할려나
다 ~ 라면을 기다리는 줄이란다
등산화가 눈에 젖어 축축한데, 나도 제일 끝에 줄을 선다







 

영실쪽에서 바라본 풍경이 이랬던가 ?
하긴, 2009년에 마지막으로 와서 기억이 가물가물 한것일까 ?
항상 눈이 쌓여 있기는 해도,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
이틀전에 내린 눈은 그야말고 환상적이다
그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할지.







 

오후 9시
동네시장에서 장을 보듯, 서귀포 올레시장(아케이드)에서 광어회와 막걸리를 삿다
내가 좋아하는 뜨끈한 두부도 한모 추가 ~
서귀포에서 상산까지 한잠 자면서 이동후, 성산바다가 보이는 숙소에서 캬 ~ 먹걸리 한잔
시간은 자꾸 흘러가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일요일 성산의 일출은 오메가였다
분명 맞을것이다
이럴때면 망원렌즈를 가져오지 않은게 완전 후회가 된다
그래도, 망원렌즈를 메고 한라산에 안다녀온게 어디랴

개 두마리가 주인도 없이, 광치기해안을 배회하고
일출을 담으러 나왔던 여인네는 개들에 둘러 쌓여, 쌍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나만큼이나 개를 싫어하는 모양이다
개들은 애교를 부리며 여인네에게 펄쩍펄쩍 뛰고, 그럴때마다 여인네는 쌍욕과 비명을 질러댄다
주인이 나타나자, 다행히 개들은 여인네에게서 떨어졌다
여인네에게서 떨어진 개들이 내게로 다가온다
큰일났다







 

성산에서 제주로 향하다가 무심코 버스에서 내렸다
시장에 들릴 계획이이서, 바다에 갈 생각은 없었는데
성산을 벗어날때부터 나는 바다에서 더 놀지 못한것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시장을 포기하더라도 나는 바다를 택하기로 했다
김녕바다가 내게 마술을 부린다
바람이 너무도 불어서 눈물이 질질 나지만, 그래도 나는 좋다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이.

여기는 바로 제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