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왕산 억새 마음에 물결치다

2011. 10. 13. 17:18여 행





꽃이 핀다
창녕 화왕산에 억새꽃이 피어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가을을 내세워 억새가 피어나고 단풍이 곧 뒤따른다

창녕 시외버스터미널 뒤편인 화왕산 입구에서 암자까지 시멘트 포장길을 지나
평탄한 3코스로 오르면 1시간 20분, 숨이 가파른 2코스는 50분 가량 걸린다고 되어 있지만,
막상 올라보니 오를때는 2시간 20분, 하산길은 1시간 30분 남짓 걸린다
물론, 빠른 걸음을 재촉할 이유는 없다. 놀며 쉬며 올라도 화왕산 억새는 그대로이다
화왕산을 오르다보면 억새가 장관인 정상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중간에서 점심을 먹는 이들을 볼수 있다
이 또한 어떠랴
쉬어가도 좋고, 다 오르지 않아도 좋지만
산 중간에는 억새가 없으므로, 이왕이면 정상까지 오르는것이 좋다

 




가을빛을 받아 억새도 사람들도 반짝반짝 빛을 내는 화왕산




 

점심을 먹다가도 벌떡 일어나 억새를 바라본다
사람키만한 억새속에 앉아 있어도
바람에 나부끼는 억새가 그저 좋다




여기도 길이고, 저기도 길이다
능선을 따라 올라도 좋고, 억새 사잇길에 파묻쳐도 좋다




화왕산 시외버스터미널 뒤편에서 3코스로 올라
정상을 뒤에 두고 아래쪽으로 향하고 있다
듬성듬성 보이는 소나무 뒤인, 정면에 억새가 나타날 것이다





큰 바위에 작은 돌을 쌓은 돌탑은 오가는 이들을 내려다 보고 있다
사람키보다 더 자란 억새속에 사람은 묻혀서
모래속에서 조개를 찾듯, 같이 온 이를 찾을려면 아주 큰 눈을 떠야 할 판이다





산성길을 따라 오르는 이들을 이곳에서 바라보자니
개미처럼 작게 느껴진다
화왕산 억새가 사람구경을 나온 것인지,
사람이 억새구경을 나온 것인지 우습기만 한다




빨강,파랑,노랑 사람들이 색색의 옷을 입었듯
가을 화왕산은 눈부신 가을 억새옷을 입었다
구름속에 숨었다가 해가 나타날때에는 어김없이 사람도, 억새도 반짝인다





소나무 그늘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억새 속에서 가을과 함께 점심을 먹는다
입으로 밥한술 뜨고,
햇빛은 따가워도 나부끼는 억새를 눈에 한번 담는다


 

 

능선을 따라 가을산을 밟고
억새바람 한줌으로 배를 채운다
구름은 가을산을 비췄다가 가렸다가 장난질을 친다




화왕산은 생각보다 오르기 쉽다
3코스로 2시간 남짓이면 쉬엄쉬엄 오를수 있다
내려올때도 오른 길을 택하면 어려울 것은 없다




그대는 가을을 담고
나는 그대를 담습니다
또 한번의 가을이 시작되고 있어요

가을비가 오고 나면 억새꽃은 눈처럼 휘날릴 것이고
단풍은 더 빨간빛을 낼테지
가을의 귀퉁이에서 한숨 돌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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