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양들판에서 별이 솟는 하동 형제봉 걷다

2016. 2. 4. 17:53여 행

 저녁부터 하늘에선 눈이 내렸고, 땅에선 별이 솟아났다.

하동 형제봉에서 바라본 풍경은 참으로 생소하여 이곳이 어디인지 한참 둘러보게 한다.

1월중 가장 추웠던 셋째주 하동 형제봉으로 향한다.

 

 

오후 1시 10분경부터 하동 최참판댁을 뒷편 들머리를 찾아보지만 쉽지 않다.

다들 하산코스로 택하는 통에 자세한 들머리 안내가 없다.

가시덩쿨 속을 헤친후에야 능선길과 마주한다.

 

 

 

 

 

오후 2시 50분 한두개 능선을 넘고 섬진강 굽이를 한번 돌아 또다른 능선길과 마주한다.

내 기준의 능선은 오솔길과 같아야 능선인데....

산의 능선이라 함은 오르막도 능선이요, 내리막도 능선이다.

나무로 채워져 보이지 않는 파도길이 다 능선이라니....

 

백패킹용 배낭 덕분에 바위구간에선 두 무릎을 오롯이 꿇은 후에야 오를수 있는 구간이 여러군데이다.

친구가 잡아주지 않았다면 나는 백패킹 배낭무게로 인해 벌써 ~ 섬진강으로 몇번 떨어진 후일 것이다.

 

아직은 해가 있는 시간 출렁다리 부근에서 에피소드가 발생한다.

그늘엔 조릿대 위로 눈이 소복히 쌓여 있다.

햇살이 강렬하지만 초행길이라 일부러 선글라스도 착용하지 않았는데,

친구 발자국을 따라 가고 있는데, 친구는 풀만 밟고 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발자국이 없어졌다.

바위구간울 통과하고 제법 아래로 내려간 후였다.

아차싶어 머리 위를 보니, 머리 위로 출렁다리가 보인다. 길을 잘못 들어섯다.

눈 쌓인 오르막을 다시 올라 바위를 올라서니 '저체온 올것 같다며' 친구는 먼저 가노라고 한다.

바람 씽씽 부는 다리입구에서 함참을 기다린 모양이다.

 

1월 셋째주 다들 추워서 산행을 취소했다고들 했지만, 한참전부터 고대하던 산행이라 우리는 예정대로 하동 형제봉으로 왔다.

티셔츠에 자켓이 전부인지라, 나를 한참 기다린 친구는 추울만도 하다.

 

출렁다리는 하나가 아니었고, 철계단도 하나가 아니다.

바람이 불어 엄청 무섭지만 떼를 쓸수도 없을 노릇이다.

내려가는 길이 더 막막하여 형제봉으로 향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출렁다리를 지나고 철계단을 지나 다시 오르막이다.

해는 벌써 졌고 달이 뜬다.

혹시나 친구가 기다릴까바 쉼없이 올라보지만 만만치 않은 산행이다.

형제봉 철쭉군락지 샘터를 지나 뒤돌아보니.... 와우 ~ 땅에서 별이 솟아나고 있다.

악양의 가로등이 하얀빛을 뿜어낸다.

 

오르막을 오르자 다행히도 친구는 철쭉제단 부근에서 사이트를 구축하고 있다.

한숨 돌릴틈도 없이 사이트를 구축하곤 저녁을 준비한다.

 

언제나 그렇듯 밥과 굴국을 끓이곤 안주도 준비한다.

시계를 보니 저녁 7시가 넘었다.

이제서야 한숨 돌린다.

 

 

 

 

 

 

 

 

 

 

친구가 산적을 준비해온다곤 했지만 혹시나 하는 바람에 숙주와 돼지고기를 가져왔다.

숙주를 뚝뚝 잘라 아삭하게 돼지고기랑 볶아 먹으면 그만이다.

 

 

 

 

 

 

 

 

 

 

산적을 굽고, 정종을 데운다.

밥과 국 그리고 술이 겉들여지는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다.

실내에선 사용하지 말라던 가스난로 콘히터를 어렵게 켰다.

가스가 얼어서 친구가 손으로 한참을 녹인후에야 불을 켤수 있었다.

내 텐트는 이중구조라 온통 메쉬망이라는 핑계를 대어본다.

 

보름달이 뜬 형제봉 능선에서 눈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잠들면 아까운 시간을 보낸다.

 

 

 

 

 

 

 

 

 

 

어제 저녁부터 눈이 날리더니, 아침에 일어나니 제법 눈이 쌓였다.

침낭속을 벗어나기 싫은 아침이다.

 

 

 

 

 

 

 

 

 

 

텐트를 어떻게 정리할까 보다는 하동의 아침을 마냥 느끼고 싶다.

 

 

 

 

 

 

 

 

 

 

각도 때문인지 친구 텐트는 눈에 밀려서 떨어질것만 같다.

친구가 양보해줘서 내가 경사면이 덜한 곳에 사이트를 구축할수 있었다.

경사가 덜하다는것 뿐이지, 저녁먹는 내내 에어패드가 아래로 밀려서 몇번을 들춰 올렸는지 모른다.

 

 

 

 

 

 

 

 

 

 

안내판이 있는곳이 철쭉군락지에서 올라오는 방향이다.

눈바람이 몰려온다. 아침 해가 나올것 같지 않다.

 

 

 

 

 

 

 

 

 

 

해와 구름이 밀당을 하는 시간.

어제 저녁엔 달이 뜨고 별이 땅에서 솟더니... 오늘 아침의 풍경이란... 여긴 도대체 어딘걸까.....

아타깝게도 오후에 땅으로 내려서니 세찬바람이 눈을 휠씁고 간 후였다.

아침의 이 풍경은 나의 눈만이 기억한다.

 

 

 

 

서늘한 아침산책도 잠시, 아침 먹자는 소리에 산책은 요기까지.

 

 

 

 

 

 

 

 

 

 

MSR 삽 같은 국자로 오늘도 떡국을 끓인다.

어제 남은 굴국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다.

침낭에 넣고 잔 사골국 한봉지에 떡, 국, 만두와 파, 새우젓으로 간을 하면 떡국 완성.

굴 같은 해산물을 넣을때는 계란은 넣지 않는것이 좋다.

해산물의 향이 싫다면 계란, 김을 넣어서 해산물 향을 줄이면 된다.

 

 

 

 

 

 

 

 

 

 

대견스러운 아침이다.

어제 이고 지고온 1.5리터의 물과 사골국까정 ㅠㅠ

사골국물을 침낭에 넣고 잔 보람이 있다.

덕분에 따뜻한 국물로 아침산책에 얼어버린 몸을 녹인다.

 

 

 

 

 

 

 

 

 

 

사이트 철수를 하다 말고 슬쩍 드러난 섬진강 눈에 담는다.

아침엔 구름때문에 섬진강은 전혀 조망이 되지 않았다.

메마른 어제의 풍경과는 달리 눈 내려 섬진강의 악양들판은 여기가 어딘가 싶을 정도로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나만 그런가 ^^)

 

 

 

 

 

 

 

 

 

 

형제봉을 넘어 악양으로 구름이 몰려온다.

섬진강이 안보이는 순간이 더 많다.

맞은편 앞산자락은 모습을 감춘지 오래다.

 

 

 

 

 

 

 

 

 

 

하동 형제봉으로 가기전 인증샷

 

 

 

 

 

 

 

 

 

 

얼굴 작은 친구에 비해 내 얼굴은 냉면그릇 같기에, 눈 인증샷으로 아름답게 마무리.

 

 

 

 

 

 

 

 

 

 

하동 형제봉으로 향해 고고씽 ~

 

 

 

 

 

 

 

 

 

 

하동 형제봉

뒤에 보이는 능선을 넘어오면 형제봉이다.

 

 

 

 

 

 

 

 

 

 

하동 형제봉에서 인증샷을 찍고 내려서는 친구가 영 ~ 엉거주춤하다.

그 이유를 금새 알게 된다.

 

 

 

 

 

 

 

 

 

 

눈 쌓인 바위가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요렇게 귀여운 바위구간은 아주 ~ 맛보기다.

형제봉에서 청학사 방향 -> 제2형제봉으로 가요 ~

 

 

 

 

 

 

 

 

 

 

형제봉 -> 제2형제봉 이동중

밤사이에 쌓인 눈이 바람에 씽씽 날린다.

올 겨울 가장 춥다고 했던 오늘(1월 셋째주)

능선을 지날때면 바람이 들이친다.

 

지나가다 나무라도 건드리는 순간엔 눈을 옴팍 뒤집어 써야한다.

폴라폴리스 소재 위로 눈이 내리고, 몸의 열은 금새 얼음을 만들어 낸다.

 

 

 

 

 

 

 

 

 

 

형제봉 바위에 깜짝 놀라서 ~ 제2형제봉은 오르지 말고 지나가자고 했는데...

제2형제봉을 지나지 않고는 등산로가 없다 ㅠㅠ

결국 제2형제봉 바윗길을 낑낑 오른후 으응차 ~ 힘겹게 바위구간을 넘어선다.

밤새 수복히 쌓인 바위구간은 오르기보단 내려서기가 더 힘이 든다.

 

 

 

 

 

 

 

 

 

 

구상나무래도 믿을법 하지만 ^^ 하동 형제봉 능선엔 소나무가 많다.

깡마른 겨울나무 마저 눈을 옴팍 뒤집어 쓴 능선길

제2형제봉에서 청학사 갈림길로 이동중.

 

 

 

 

 

 

 

 

 

 

형제봉 철쭉제단 -> 청학사 갈림길까지 1시간 걸렸어요 ~

청학사까지 2.7km 키로수 얼마 안되지만 3시간 걸려서 청학사에 도착했어요.

눈쌓여 격한 바위에서 밧줄코스 기대하세요.

 

 

 

 

 

 

 

 

 

 

바위구간을 만날때면 스틱은 아래로 던져둔지 오래다.

그나마 친구가 바위 위 눈길을 만들어준 덕분에 용기를 낼수 있었다.

하동 형제봉 아래 청학사코스는 내려서기엔 너무 가파르다.

 

 

 

 

 

 

 

 

 

 

격한 바위구간을 40분 가량 내려가야 하기에, 친구가 바위 위 길을 만드는 동안, 눈바람 맞으며 섬진강 몇초 감상중

 

 

 

 

 

 

 

 

 

 

하동 형제봉엔 2개의 통천문이 있다.

청학사방향에서 오르는 길의 통천문은 그나마 넓은 편이지만,

최참판댁방향의 통천문은 너무 좁아서, 오스프리 배낭 몇번 쓰지도 않았는데 양쪽 매쉬망에 형제봉인증을 커다란 구멍으로 내주었다.

세찬바람에 날리는 눈으로 인해 나도 눈사람이 되어 간다.

 

 

 

 

 

 

 

 

 

 

오른쪽에 보이는 저 능선을 넘어 오른쪽방향으로 쭉쭉 ~

형제봉, 제2형제봉 오른후, 청학사 방향으로 내려서고 있다.

 

 

 

 

 

 

 

 

 

 

제일 뒤에 보이는 능선이 형제봉에서 활공장으로 가는 능선이고,

왼쪽에 보이는 커다란 바위를 40분에 걸쳐서 내려왔지만 아직도 봉우리가 2개정도 남았다.

봉우리를 넘고 청학사 골짜기에 들어서자 솔잎과 눈의 범벅은 아이젠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솔잎과 눈은 부침개마냥 아이젠에 붙어 미끄럼틀을 만들어낸다.

아이젠을 착용했지만 미끄러지기를 여러번, 앞으로도 한번 꼬꾸라졌다.

 

 

 

 

 

 

 

 

 

 

드디어 표지판을 만난다.

하지만 여기서 악양 버스가 다니는 곳까지 한시간은 족히 시멘트길을 걸어 내려갔다.

형제봉 능선과 맞은편 마을의 눈을 바람이 다 휘씁후라 눈의 흔적이 많이 없다.

산행한 이들만이 아는 형제봉 눈온날.

형제봉 이틀동안 산행하면서 사람이라곤 1명 만났다.

친구는 그나마 일찍 올라온 다른분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려 주었다.

 

 

주차해둔 최참판댁까지 이동후 집에 가니 깜깜한 밤이다.

눈이 내린날, 눈이 오는날, 백패킹 배낭 없이 하동 형제봉 가는게 좋아요.

특히 백패킹 배낭과 함께라면 섬진강으로 다이빙될수도 있어요.

 

 

하동 최참판댁 입장료: 1인 2,000원(주차료 무료)

악양 -> 최참판댁 택시비 5,000원

노점마을(청학사 아래 마을) -> 악양 택시비 5,000원

 

여러명이라면 노점마을에서 악양까지 시멘트길 걷는것보다 택시를 추천합니다.

산행하는것보다 버스 타기위해 걷는 길이 더 추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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