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리부터 천왕봉까지 비 내리는 지리산 걷다

2016. 3. 15. 15:16여 행

2월 마지막주 비소식이 있었지만 지리산으로 향한다.

토요일 하루종일 내리는 비를 맞고, 일요일 유한계곡의 폭풍 같은 계곡을 즐기리라.

 

기상청 예보와 같이 오전 정각 9시 중산리주차장에 도착하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내리는 비는 다음날 새벽까지 내릴 예정이다.

 

 

 

 


 

 

 

 

 

비 내리는 지리산 같이 걸어볼까요?

 

 

 

 

 

 

 

 



중산리주차장 -> 중산리 탐방안내센터 이동중

날씨가 맑았다면 이쯤에서 천왕봉 능선이 보여야 되는데... 오늘 날씨 : 비












오전 9시 50분 산행 시작합니다.

로타리대피소 -> 천왕봉 -> 제석봉 -> 장터목대피소 이동합니다.












'스틱없이 우산 쓰고 가볼까' 생각 안해본건 아닌데요.

하지만 지리산 오르막을 스틱도 없이 우산에 의지하기에는 심한 무리가 있을듯하여,

포근한 날씨를 핑계 삼아 장갑도 끼지 않고 맨손과 스틱으로 오릅니다.











중산리 -> 로타리대피소 오르면 오를수록 오르막이고 ^^

산을 오르는 사람도 없고, 지리산도 젖고 나도 젖어갑니다.

비에 젖은 안경을 벗은지 오래..... 희미한 탐방로를 스틱으로 더듬어 오릅니다.











 

오전 12시 30분 로타리대피소 도착


로타리대피소에서 만난 여인네는 궁금한것을 못참는 얼굴로

취사장을 나서다 말곤 내게 말을 걸어온다.


'왜 비가 오는날 왔어요?'

비가 오는 지리산을 걷고 있는 그대나 나나 다를게 없는데 무슨 그런 질문을...

대답을 꼭 얻고 말겠다는 얼굴을 보며 나는 답한다.

'비가 오는날 온게 아니고, 내가 온날 비가 온거지요'


서로가 답을 찾았는지도 모르지만 당일산행인 여인네는 떠나고

나는 로타리대피소에서 잠시 쉬어간다.






소백산 칼바람과 맞서고, 겨울내내 눈을 이겨내던 내 바지가....

발수기능이 없다......

비를 튕겨내기는 커녕 ~ 흠뻑 젖고 있다....

덕분에 로타리대피소를 지나고나니 고어텍스 등산화도 필요없이

바지, 신발 모두 젖고 있다.


천왕봉 가기전 800미터 전 부터는 눈이 꽁꽁 얼었다.

아이젠없이 오르다가 쭉 ~~~ 슬라이딩 한번 하고는

물이 쭉쭉 올라오는 등산화 위로 아이젠을 착용한다.

발에 힘을 주어 걸을때마다 물이 쭉쭉 ^^


온종일 비가 내리는 지리산을 걷지만 짜증나지 않는다.





오후 3시 천왕봉을 통과한 후론

빰을 때리는 비와 등 떠미는 바람에 정신 차릴틈도 없이 장터목으로 향한다.

비에 젖은 자켓은 천왕봉바람에 마르는듯 하지만

제석봉 굵은비에 한번더 젖어간다.


오후 4시 남짓 장터목대피소는 일찍 자리배정 중이었다.

젖은 옷을 갈아입곤 친구를 기다리며 몸을 뉘인다.











친구가 왔다. 어여 밥해서 먹어야지.

오늘 먹은거라곤 초콜렛 몇개와 커피 한잔이 전부이다.

하지만 배고프지 않다. 나는 지리산에 있으니깐 ~

지리산 비를 너무 많이 먹었다 ^^











나에게는 장거리산행이라 무거운건 다 안가지고 왔다.

우산 쓰고 물 뜨러 갔다가 우산만 뒤집어져서 우스운 꼴이 되버렸다.

모자를 푹 눌러쓰곤 물 뜨러 간다.

친구가 밥을 하곤, 김치, 햄. 연어, 마늘, 고추 ~ 죄다 넣고는 김치찌개를 끓인다.

친구가 산적을 가져왔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탕수육 준비했는데 ~ 역쉬 ~ 몸에 나쁜것은 맛있다.

오늘 밥 두그릇 뚝딱 해치운다.











토요일 오후 8시 10분 장터목대피소 취사장 풍경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이런 풍경은 평일이라면 모를까....


하루종일 내린 비로 인해 자리싸움 없이 넉넉하게 저녁을 먹는 호사를 누렸다.

술도 안먹었는데^^ 오늘 지리산에 온 사람은 진정한 산꾼이라는둥 ~ 그런 얄궂은 얘기를 하며 저녁시간을 마무리한다.





밤새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렸다.

새벽까지 내린 비에 해가 뜰거 같진 않았지만,

다른분들은 일찍 대피소를 나섯고 친구가 깨우러 올때까지 나는 늦잠을 잔다.

늦잠이라고 해바야 오전 6시 ...... 더 자고 싶다...





아침 먹고 장터목대피소를 나서며 한바퀴 휘 ~ 둘러본다.

세석방향은 산불통제기간이라 못간다고 전해라 ~~~~


구름이 조금씩 걷혀서인지 시야가 밝아지고 있다.











지난주 소백산 다녀와서인지 더 좋아보이는 장터목 취사장

하긴 ~ 장터목도 취사장 새로 짖기 전에는 협소햇잖아요.

불편한것도 감수할수 있는 이유는 산이니까요 ^^





장터목대피소 -> 유암폭포를 지나 유한계곡으로 내려섭니다.












지리산 유한계곡

겨울이면 항상 얼어 있는데 금요일날 내린 비로 눈이 많이 녹았다고 하네요.

작년 여름엔 비가 귀해서인지 올 겨울 수량이 더 풍부한거 같아요.











 

지리산 유한계곡











지리산 유암폭포

우와 ~ 폭포 소리 우와 ~











1.6키로 내려오는데 1시간 이상 걸렸네요 ^^

눈없이 쭉 ~ 내리막길이지만, 서너군데 얼음이 언곳이 있어요.

조심하세요.











^^ 요긴 항상 올때마다 생각나는데요.

호랭이 담배피던 시절 야그 들려드려요.

중산리엔 비가 올때였는데, 유암폭포 아래에서부터 눈이 오기 시작했어요.

눈바람이 앞쪽에서 불어서 눈을 뜨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는데요.

그때는 물한방을 없이 바짝 마른 겨울이라 , 바람을 피해 가다보니 쎄 ~~~ 한 느낌에.....

탐방로가 사라진거에요. 물 없는 계곡 자락 같은 곳을 걷고 있었던거죠.

동행인은 있었지만 먼저 간지 한참이고, 제자리에 서서 가만히 귀를 기울이니....

사람소리가 들리지 않았어요... 그래도 가만히 눈을 뜨고 바라보니 길 비스끄리한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

그런 슬픈 전설이 있는 구간이랍니다.


예전에도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요즘엔 밧줄이 있어서 탐방로 벗어나진 않을 거에요.











지리산 유한계곡 너무 멋지네요 ~

겨울에 만나는 여름 같은 풍경에 발걸음이 계속 느려지네요.










지리산 유한계곡 계곡 이어집니다 ~











지리산 유한계곡에 취한 탓일까요...

산을 내려온후 한시간이 넘도록 귀가 멍멍한것이 이상하다 이상해.










여름보다 수량이 더 풍부한 지리산 유한계곡을 걷고 있어요.










인증샷 찍어대는 통에 날 기다리는라 친구도 발걸음이 느려지고 있어요.

누가 하신길이 쉽다고 했던가...

땀 나요 ~~










어제 비올때와는 다른 풍경이네요.

불행히도 코감기라 지리산 냄새 하나도 못가는것이 아쉽네요.

이제 쬐금만 더 내려가면 중산리에요.

 

 

 

 

스틱과 우산 중에 갈등하게 만드는 지리산

로타리대피소에서 만난 궁금증 여인네

발수기능 없는 바지

고어텍스도 소용없이 물 쭉쭉 올라오는 등산화

꽁꽁 얼어버린 천왕봉 만나기 800미터 전

사람 한명 없는 토요일의 천왕봉

세찬바람으로 떠미는 제석봉

따뜻하다 못해 더운 장터목 2호실

 

산불통제기간 끝나면 우리 거림에서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