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2박3일종주-세석대피소 중산리 3일차

2017. 2. 3. 16:52여 행

지리산종주 3일차

 

새벽 4시에 일어났는데 멀 했는지 모르게 새벽 4시 50분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출발한다.

그대가 초보라면 안경을 끼고 있다면 절대 야간, 새벽산행을 권하고 싶지 않다.

영하권에 바람이 심하게 불던 이날에 안경에 눈이 붙자마자 바로 얼어버려 앞이 보이지 않았다.

헤드랜턴 불빛 하나만이 유일한 생명줄이다.

 

웬만하면 일정을 여유롭게 잡고 이동하자.

 

오늘 날씨는 영하 5~6도, 바람은 최고 20까지도 분다고 했다.

 

 

 

 

 

새벽 4시 50분 세석대피소 화장실을 다녀오며.

 

 

 

 

오전 7시 10분 장터목대피소 도착

 

 

어디가 촛대봉이고 어디가 연화봉인지 알수 없었다.

바람이 아주 심하고 넓은 지대가 나타나니 이쯤이 연화봉 부근이 아닐까라는 짐작만 하며 헤드랜턴에 의지해 걸었다.

나보다 더 일찍 일어난 이들의 소리는 들렸지만, 먼저 걸어간 이들의 발자욱은 없었다.

한번은 길을 잘못 들어 친구가 길을 찾아내기도 했다.

연화봉 부근에서 아저씨 두명을 만났고 그나마 아저씨들 발자국 덕분에 안심이 되었다.

 

 

안경에 내린눈이 얼어 붙었다.

영하권 기온에 바람이 심해서 쉴수 있는 곳이 없었다. 안경에 붙은 눈을 대충 털어내며 장터목까지 갔다.

안면마스크를 하니 입김에 안경은 금새 뿌옇게 변했고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마스크를 코 아래로 내리곤 바람을 맞으며 걸어간다.

 

 

 

 

 

장터목대피소엔 고기를 굽는 냄새가 나지도 않는데 속이 좋지 않았다.

장터목대피소를 얼른 나와 제석봉방향으로 계단 몇개 올랐을 쁜인데 벌써 힘이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제석봉

미치도록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바람을 피해 제석봉을 내려서는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사진을 다시보니 울컥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제석봉이라니.

 

 

 

 

 

제석봉을 내려선후 통천문으로 가기전 바람을 피한다.

안주머니에 보조배터리와 함께 잠든 핸드폰을 꺼내 이 풍경만은 꼭 찍으리라 다짐하며 비장하게 장갑을 벗는다.

 

 

 

 

지리산이 아름다울수록 나의 숨은 가파온다.

바람에 실려온 눈이 따귀를 때린다.

 

 

 

 

 

친구와 함께라 이 얼마나 다행인가.

내가 이 눈속에 있었다는것을 내 친구가 기억할것이다.

 

 

 

 

 

오전 8시 40분 천왕봉 도착

오르긴 어떻게 올라도 내려오는 길은 본인이 만들어야 하는 천왕봉

그래서 멀리서 사진만 찍곤 안오르려 했는데 누군가 천왕봉 표지석을 향해 오르고 있었다.

다른 이가 오른 길을 보니 오를만 해보였다. 어떻게 내려오던지간에 올라가 바야지 하며 바위틈으로 몸을 밀어넣는다.

 

안경에 김이 차올라 앞이 안보여서 그렇지, 안면마스크 나도 하고 싶었다.

저렇게 보여도 입술부분 부터는 안면마스크를 한 상태이다.

소백산 칼바람을 어디 천왕봉바람에 비할쏘냐.

집에 돌아오니 양쪽볼에 시뻘건 반점이 생길 정도이다.

수분크림과 팩이 흘러 내릴 정도로 마르고 나니 다음날 괜찮아졌다.

 

 

 

 

오늘 새벽 3시까지 비가 오고 날이 맑아진다고 했지만 아침이 되어도 잔설이 바람에 날려온다.

잠시 하늘이 열린다. 손가락이 얼어가는줄 모르고 핸드폰을 주섬주섬 꺼내든다.

 

 

 

 

 

천왕봉에서 사진 찍기란 여간 위험한게 아니다.

혹시나 다칠까바 만류하지만 친구는 기여코 인증샷을 찍어 주겠단다.

물론 마음속으론 내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면 인증샷 남기고 싶지만, 표지석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천왕봉에서 사진 찍는 일은 늘 위험하다.

 

 

 

 

 

이럴줄 알았다. 장갑이 사진에 같이 나왔다. 천왕봉에 바람이 불어대니 두번이란 없다.

장갑이 나오든 나오지 않던 중산리로 향하는 계단 몇개만 내려서면 바람을 피할수 있다.

 

 

무서운 길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천왕봉에서 중산리로 내려서는 길은 도가니와의 싸움이다.

오늘은 양쪽 무릎보호대를 준비한다.

 

 

오늘은 영하권에 바람도 많이 불어서 눈만 얼면 다행인데, 눈이 녹아서 물이 되었다가 다시 얼어버린 공포의 결빙구간이 많은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천왕봉에서 로타리대피소로 내려서는데 스틱이 쑥 ~ 하고는 들어가서 앞으로 쳐박힐뻔 했다.

스틱이 아닌 나무나 바위를 짚고 내려서는게 쉽지 않다.

앞에서 뒤에서 오던 많은 이들을 먼저 보내고 나니, 천왕봉에서 로타리대피소까지 1시간 50분 걸렸다.

 

오전 10시 50분 나는 순두류로 방향을 튼다.

나의 도가니 때문인지, 어제 저녁부터 방어회 얘기로 집에 가는 시간을 맞춰야 한다고 했던것인지 암튼 나는 로타리대피소에서 초코파이와 캔커피를 먹곤 순두류로 고고씽 ~

 

 

순두류도 만만치 않았다.

소리를 지리고 싶을만큼 결빙구간이 많았다.

순두류 1.4km쯤 출렁다리를 지나고 나면 아이젠 벗어도 좋다.

출렁다리 지나서 심한 결빙구간 한군데 있지만 여러개의 돌이 튀어 나와 있어서 수월하게 지날수 있다.

 

 

 

 

 

오전 12시 44분 순두류 버스정류장 도착.

 

발가락이 앞으로 꼬꾸라져 있는것처럼 아프다.

순두류로 내려올땐 버스를 탈만큼 타협하려고 했는데 버스시간이 안맞다.

중산리까지 3.2km 20분 걸어간다.

중산리에서 다시 버스정류장까지 1.9km 20분 또 걸었다.

 

중산리 탐방안내소에 늘 있던 택시는 오늘따라 왜 없는걸까. 택시 너무 타고 싶었다.

탐방안내소에 도착하니 오후 1시 9분

친구가 갑자기 진주가는 차가 1시 30분인지 40분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큰일이다.

30분이면 내 실력으론 어렵다. 가족에게 얼른 전화를 해 검색을 부탁한다.

휴 ~ 다행히도 중산리에서 진주가는 차는 오후 1시 40분이다.

정확히 5분전에 도착한다.

 

이상하다. 친구가 빨간색 옷을 입고 있었는데, 버스정류장으로 간걸 본거 같은데....

버스정류장과 반대편에서 내게 손짓을 한다. 설마 내가 헛것을.....

아니다 ^^ 화개재에서 김치를 나눴던 부산아저씨다 ~~~

산에선 모두가 친구 아니던가.

 

 

 

 

지리산종주 3일차 세석대피소-순두류-중산리 13km 8시간 40분.

 

 

 

 

 

진주를 거쳐 마산에 도착한다. 방어회와 내 도가니로 인해 중산리로 하산하지 못하고 순두류로 내려온게 못내 아쉽지만 이래서 다음에 또 가야지. 오늘 하산주 메뉴는 민물회로 결정.

 

 

 

 

지리산 종주를 끝내고 나니 오히려 친구가 좋아하는거 같다.

술은 술술 넘어가는데 덤덤하기도 하고 지리산의 곳곳이 자꾸만 생각난다.

첫날은 혼자 걸었지만 나머지 이틀을 함께해준 친구에게 지리산종주의 영광을 돌립니다 ^^

 

 

에피소드^^ 세석대피소->장터목대피소 구간을 새벽에 걷다보니 헤드랜턴 불빛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헤드랜턴 건전지를 교체해야지... 생각만 하다가 결국 사용하던 건전지를 가져와서인지 친구꺼보다 정말 어둡군.... 이라고 생각했는데, 장터목대피소에서 친구가 찍어준 사진을 보니^^ 헤르랜턴을 거꾸로 착용하고 있다.... 어쩐지 불빛이 멀리 비추질 않는다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