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2박3일종주-연하천 세석대피소 2일차

2017. 2. 3. 14:56여 행

찌개를 끓이고, 백마 뚜껑팬에 밥을 뜸들이며 친구를 기다리고 있다.

친구는 성삼재에서 출발해서 연하천대피소를 향해 오고 있다.

 

백마후라이팬에 밥을 하게 될줄이야. 새벽을 달려오는 이에 비하면 후라이팬에 밥하는 정도야 머....

쉽지 않았다. 물이 많았고 밥물이 두번이나 끓어 넘쳤다.

하지만 나는 기여코 해내고 말았다. 밥 뜸이 돌고 있을때쯤 한시간 더 기다리라는 연락이 왔다.

 

찌개와 밥을 내팽겨치고 나는 다시 연하천대피소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내가 나가고 나면 청소를 하기 위해 국공아저씨가 몇번 방에 들어왔지만 다행히 쫒아내지는 않았다. 내가 지리산종주를 무사히 마칠수 있었던건 친구와 친철한 국공아저씨의 공이 켰다. 

 

 

 

 

 

오전 8시 46분

7시부터 비가 내리지만 날씨가 맑았는데 8시가 지나니 뿌옇게 변하고 있었다.

가끔 비가 세차게 바람과 함께 내리기도 한다.

 

시커먼 옷을 입고 친구가 도착했다.

숨도 고를 틈을 주지 않고 밥과 국을 먹인다.

 

초행길이라 가장 두려운 구간인 오늘. 나는 일찍 출발하고 싶었지만. 친구가 함께 해주겠다는 말에 마음이 놓이기도 하고 시간이 늦어질수록 말은 안해도 조바심이 생겼다.

연하천대피소에서 세석대피소까지 5~6시간이라는 안내를 받았지만 나는 나를 믿을수 없다.

오늘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고 했다. 비오는 날의 산행은 어렵다.

 

 

 

 

 

연하천대피소를 출발후 벽소령대피소를 지나 세석대피소까지 오늘 가야한다.

벽소령과 세석구간엔 봉우리가 최소 3개 있다.

내가 걱정하고 친구가 나를 걱정하던 바로 그 구간이다.

 

예전에는 키로수가 나와있는 지도만 참고했는데 장거리이다보니 봉우리가 몇개 ~ 이런것도 엄청 중요하다는걸 알았다.

 

 

 

 

 

오전 9시 35분쯤 연하천대피소를 출발, 오전 9시 50분 갈림길 도착

 

최소한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정도는 알고 와야 한다.

연하천대피소를 출발하고 형제봉을 지날때까지도 친구가 안와서... 천천히 오는건가... 생각했는데,

지나가던 아저씨의 말로는 내가 안와서 뒤돌아보고 ~ 또 돌아보고 ~ 그러면서 오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비내리는 지리산에서 비행기모드를 풀고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음정으로 내려간게 아니냐며 친구의 다급한 목소리다.

^^ 내가 먼저 출발한다고 했는데, 내가 아주 쬐금 빨리와서 뒤쳐졌다고 생각했나 보다.

 

친구가 금새 형제봉으로 따라온다.

바람이 아주 많이 불어서 눈도 없다던 그 형제봉은 정말 눈이 없었다.

하루종일 비가 오고 바람이 14~16까지 분다고 했지만, 바람이 불어대는 구간만 그렇지 생각보다 바람이 심하지 않고 비의 양도 1~4mm 기상예보처럼 아주 적다.

 

산에서의 기상예보는 늘 달라질수 있다.

작년 천왕봉을 지나 장터목대피소로 갈때였는데, 1~4mm 온다던 비예보는 맞지 않았고 바람을 제외하더라도 여름장마 같은 장대비가 겨울에 내렸다. 대피소 예약을 취소한 분들 많았고, 천왕봉을 지나지 않고 폭포방향으로 바로 올라온 분들도 많았다. 고어텍스 소용 없을 정도로 신발, 바지 할것없이 쫄딱 젖었던 적이 있어 오늘 엄청 걱정했는데 아직까지는 날씨가 좋다.

 

 

 

 

 

오후 12시 7분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하니 바람이 심하게 분다.

나는 점심을 안먹으려는데 친구는 조금이라도 먹어야 한다며 라면한개와, 햇반 한개를 나눠 먹기로 합의를 했다.

그래.... 탄수화물.... 어제 안먹어서 그렇게 힘들었으면서 깜빡할뻔 했다. 먹어야 한다.

그래야 봉우리 3개를 넘어 세석대피소로 갈수 있다.

 

사실 이날은 모두들 걱정이 많은 날이었다.

연하천에서 장터목, 벽소령에서 장터목까지 가는 이들이 날씨때문에 걱정하며 다들 조바심을 내었다.

다행히 나는 세석대피소까지만 가면 되고 날씨가 생각한것보다 나쁘지 않아 한시름 덜었다.

 

어떤 이의 글을 보니 벽소령대피소가 가장 마지막에 지어졌다고 하는거 같던데... 벽소령대피소 취사장 비가 샌다.

창가쪽으로 가방두지 마세요.

 

벽소령대피소에서 40~50분 정도 머물렀다.

 

 

연하천 -> 벽소령대피소 구간에 밧줄구간이 있다는걸 알고는 있었는데 한번정도 밧줄을 잡는다는 말은 내게 맞지 않았다. 산행초보인 내가 볼때 밧줄구간 서너번정도 나온다.

 

 

 

 

벽소령대피소는 아마도 바람이 지나가는 재 인가보다.

바람이 이렇게 심하게 불수가 없다.

표정은 썩었지만 몇 안되는 지리산종주의 인물사진이다.

 

비가 오지 않는다고 했으면 가지고 있던 장갑들을 활용했을텐데, 지리산종주 3일 중에 하루 비가 온다던 오늘을 위해 나일론 100%  장갑을 구입했다. 오 ~ 장갑 좋다.

 

 

 

 

 

오후 1시 28분

벽소령대피소를 출발하면 일단 평지이다.

그리곤 경사가 보이지 않는 오르막이 시작된다.

눈으로 보기엔 평지인데 올라보면 오르막인... 나만 아는 그런 느낌인가... ^^

 

 

 

 

 

오후 1시 49분

선비샘의 유래를 읽어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오후 3시 7분 칠선봉 도착

세석대피소까지 희미하게 보이는 숫자로 2km 적혀 있는거 같다.

거리는 2km지만 칠선봉보다 높은 영신봉을 넘어야 세석대피소에 갈수 있다.

 

 

 

 

 

천왕봉까지 7km 남아서 칠선봉이냐고 했던 블로그님의 글이 떠오르네요.

 

 

 

 

 

 

오후 3시 50분

칠선봉에서 600m 왔는데 40분 걸렸다.

 

어제 혹독하게 화개재에서 연하천대피소를 꺽어서 그런지 목적지까지 2km 남았어도 봉우리 한개이상 나타날수 있음이 이상하지 않다.

 

 

 

 

 

영신봉 가는길에 계단 많다고 했던 바로 그 구간일까....

그래도 계단이 많다는걸 알고 가서인지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계단 200개 이하입니다. 천천히 오르세요.

 

 

 

 

 

오후 4시 32분 영신봉

칠선봉에서 영신봉까지 1.4km 가량 1시간 20분 걸렸다.

언제나 그렇듯 목적지까지 1km 내외면 안심이 된다.

 

 

 

 

하루종일 비가 오고 바람이 많이 분다고 했던 예보는 벽소령대피소 부근에만 해당될 정도로 날씨가 나쁘지 않았다.

비가 살짝 내리고, 싸락눈이 내리기도 했지만 자켓을 입은 덕분에 무난히 잘 넘어갔다.

 

두번 구르면 도착할만큼 세석대피소가 가까워지기도 했고, 촛대봉방향이 잠시 열려서 사진을 찍어본다.

 

 

 

 

 

성삼재에서 걸어온 이들의 얼굴보다 내 얼굴이 더 흙빛이지만 나는 이 순간을 누리려고 한다.

 

 

 

 

 

 

오늘 아침을 위해 쌀, 김치를 괜히 챙겨왔나 싶을 정도로 어제는 배낭무게가 힘겨웠다.

다행히 오늘 아침 쌀과 김치를 소비하고 나니 아주 쬐금은 가벼워진것도 같고 배낭무게가 몸에 베인거 같기도 하다.

 

친구도 나도 저녁메뉴로 오리를 준비했다. 오늘 저녁을 먹고 나면 배낭이 더 가벼워 지리라.

배낭을 던지고 싶을만큼 무거웠지만 구례 하나로마트에서 잎새주 2병도 챙겨왔다.

 

음...... 왜 맛이 달라졌지? 작은병이라 그런가...

작년 순천역 앞의 창평국밥집에서 먹은 그 잎새주의 달달한 맛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나만 그런것이 아니었다. 친구의 표정도 별로인걸로 바선 달콤함이 사려졌다.

한병을 비우고 두병째 먹어바도 알콜의 쓴맛밖에 느낄수가 없다.

 

이런일은 정말 없는데... 술이 남아 돌아서 옆집에도 주고 뒷집에도 주며 선심을 베풀었다.

친구는 600미리 넘는 소주를 두병이나 챙겨왔다. 그리고 혹시몰라 내몫의 식량까지.

나도 그랬다. 혹시나 해서 나도 라면과 햇반을 챙기고 또 챙기고....

 

 

 

 

암튼 이날의 세석대피소엔 박원순 서울시장님, 엄마를 따라 거림에서 올라온 대여섯살의 남자아이 그리고 지리산에서 만난 아웃사이더 형님까지. 멋진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오늘도 나는 살기 위해 마사지크림을 듬뿍 발라 마사지를 했다.

아 ~~~~ 어제랑 다르다. 무릎이 아프다.

 

 

 

암튼 내일 기상시간은 이랬다가 저랬다가 결국 까만 새벽에 일어나기로 합의를 보곤 각자 위치로.

세석대피소가 달라졌다. 열쇠가 있는 신발장이 생겼다.

여자방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문이 하나 나온다. 안쪽 방에만 실내온도 25도에 맞춘 온풍기가 있다.

술을 몇잔해서 코를 골면 타인에게 피해가 갈까바 바깥쪽 이층에서 널널하게 잠을 청하는데, 잠결에 들어보니 다른 두분도 널널하게 자러 오는 소리가 들렸다.

 

세석엔 까는 매트리스가 없고 담요를 가지고 깔고 덮고 자야한다. 담요 3장을 대여한다고 했더니 베개로 쓰면 안된다는 희안한 말을 국공아저씨가 한다. 아니라구 ~~~~ 추울까바 그런다구 ~~~~~

온풍기가 없는 방에서 잤지만 솜바지와 구스다운 잠바 덕분에 담요 두개 깔고 한장 덮고 푹 잤다.

 

 

 

 

지리산종주 2일차 연하천대피소 -> 세석대피소 9.9km 7시간 35분 소요.

오전 9시 35분 부터 오후 5시 10분까지 걷다.

 

비와 눈이 날리는 날씨로 인해 안경이 젖어서 앞이 안보였다.

장갑으로 대충 닦기를 여러번. 결국 안경을 벗고 트레킹을 했다.

안경을 쓴 나에게 눈과 비는 많은 숙제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