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15. 13:37ㆍ여 행
지난주말엔 비소식이 있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본다.
첫째날 벽소령까지 걷고, 토요일 예약은 하늘에 별따기지만 혹시 예약이 된다면 장터목에서 2일차를 보내는 지리산종주를 생각해본다.
비소식이 있어 그런지 장터목대피소엔 예약대기 자리가 여유 있었다.
다행히도 하루만에 예약이 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2박 3일 지리산 종주가 시작된다.
1일차 성삼재 - 벽소령
2일차 벽소령 - 장터목
3일차 장터목 - 중산리
지리산종주 1일차
오늘은 성삼재를 출발해서 연하천대피소를 지나 벽소령까지 가야하는 대장정
새벽 3시 40분 구례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성삼재행 첫차를 타고 지리산으로 간다.
4시 30분부터 산행을 시작. 20분후엔 헤드랜턴이 필요 없었다.
성삼재주차장에서 45분 걸려 노고단대피소 도착.
아침 5시 40분. 아침을 먹다 말곤 일어나 사진을 찍는다.
첫날이고 이른 시간이다보니 아직은 여유만만.
오전 6시 8분 노고단고개
오전 9시 삼도봉도착
삼도봉에서 노고단정상 바라보며 땡볕 쬐다가 다시 출발
어렴풋이 그런 생각을 이때 한거 같다.
혹시나 내가 벽소령대피소보다 더 많이 걸을수도 있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
오전 9시 30분 화개재
이번 겨울엔 화개재에서 연하천대피소까지 4.2km를 3시간 30분 동안 걸었었다.
그래서 이번엔 노고단대피소에서 아침도 먹고 중간중간 간식을 먹으며 걷고 있다.
오전 10시 20분. 올 겨울보다는 수월하게 토끼봉도착
오전 12시 30분 명선봉.
연하천대피소는 가까워지는데 가도가도 명선봉이 안나와서 지나친줄 알았다.
연하천 다와서 명선봉이 있었구나....
연하천대피소 12시 50분 점심시간.
취사장 바닥에 앉아 신발과 양말을 벗고는 다리를 쭉 뻗었다.
2분만 끓이면 된다는 스낵면에 스프 2/3만 넣곤 계란을 넣으면 짜지 않아서 금방 먹을수 있다.
라면을 다 먹었는데 볶음김치가 남았네... 어쩔수 없이 즉석밥 덜어서 물 붓고 데워서는 볶음김치랑 즉석밥도 한개 먹는다. 많이 먹어서 부대끼면 어쩌나 했는데... ^^ 그 많은걸 다 소화시킨다.
물론 평소 같으면 끄덕없는 양이지만 산에서는 조금만 많이 먹어도 힘들지 않던가.
탄수화물에 중요성을 이번 겨울 뼈저리게 느껴서 매끼니 챙겨먹으면서 지리산 종주중.
삼도봉을 지나고 화개재를 지나면서도 계속 생각했다. 혹시나 벽소령을 지나 조금더 갈수 있지 않을까?
점심을 다 먹고나도 오후 1시 30분쯤이었지만 세석까지 갈수 있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를 해보았지만 금새 포기하고 만다. 벽소령에서 봉우리 3개 넘어야 세석인데 잠시나마 무시무시한 봉우리를 잊을뻔 했다.
오늘은 예약한 벽소령대피소까지만.
지리산 종주중인 고등학생들은 성삼재로 돌아가기도 하고, 음정으로 내려가거나, 예약해둔 세석까지 가는 아이들도 있고. 대단한 아이들이다. 나는 엄두가 나지 않는 거리이다.
오후 2시 30분. 연하천대피소에서 벽소령대피소로 출발.
오후 2시가 넘으니 벽소령까지만 가는 이들만 여럿 남았고 연하천은 엄청 조용해졌다.
더 놀다가 가려다가 벽소령가서 일찍 쉬어야지 하는 생각에 다른 이들보다 일찍 나섯지만 벽소령으로 가는 도중에 다들 나를 지나갔다.
이번 겨울에도 느낀거지만 연하천에서 벽소령구간을 쉽다고들 했지만 내게는 그렇지 않았다.
우선 연하천에서 무릎보호대를 한쪽한다.
밧줄 서너번 타고는 벽소령으로 향한다.
겨울에는 몰랐던 풍경이기도 하지만 날씨에 따라 완전 다른 지리산을 만나기도 한다.
짧은 다리로 바위에 올라서면 지리산 천왕봉이 보인다. 그리고 세석대피소도.
이번겨울 종주할때도 눈 쌓인 지리산엔 비예보가 있어 날씨가 좋진 않았었다.
이번 풍경을 만나도 알아가는 내가 너무 신기하다.
겨울에도 바람이 씽씽 불어 눈이 안쌓인다는 형제봉엔 오늘따라 바람이 없다.
오후 5시 20분 벽소령대피소 도착.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 2.6km정도이니 오늘 16.6km 걸었다.
성삼재에서 4시 30분부터 걸었으니 밥 먹은 2시간을 빼더라도 11시간정도 걸었나 보다.
무릎이 아프다.... 많이 걸었다....
벽소령은 처음이라 물 뜨는곳을 몰라 음정으로 내려가야 하냐고 물어보니 아니라고 ~ 표지판을 따라 가란다.
누군가는 지리산국립공원 중에서 물뜨는곳 거리가 가장 멀다고도 했다. 그래서 약간 겁먹었다.
세석에서 아래쪽 물뜨는곳보다 먼것같은 느낌. 그렇게 멀지는 않다.
우리가 걸어온 거리를 생각하면 절대 네버 ~
물을 뜨고 오니 여성 두분이서 쭈뼛쭈뼛 먼가 할말이 있는듯한 표정이다.
필요한게 있느냐 물어보니 ~ 저녁을 먹을거냐고 물어온다.
먹을거라고 했더니만 고기를 나눠 먹잔다.
나는 혼자이고 이틀이나 지리산에 있어야 해서 돼지고기는 생각도 못했는데...
물 뜨고 오니 고기를 한판 구워서 준다. 이렇게 고마울수가.
고기가 많아서 오늘 못먹으면 버려야 한단다. 그래서 후라이팬 한판 양으로 한번더 얻어왔다.
구워서도 먹고, 구운고기 기름에 김치랑 구운 돼지고기 넣고, 남은 스낵면 스프 넣으면 김치찌개 완성
구운 돼지고기라 맛이 없을거라는 생각은 접어둬.
산에서는 머든 다 맛있고, 고기를 구우면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아서 더 맛있다는 나만의 생각.
내일 넘어야 할지도 모르는 봉우리를 쳐다보며 고기도 먹고, 즉석밥에 김치찌개를 먹어도 해가 지지 않는다.
해가 훤한 저녁에 대피소로 들어와 야구경기를 검색한다.
누군가 나와 보라는 소리에, 혼자온 내게 한 말은 아니지만 나를 부른듯 밖으로 나간다.
오후 7시 40분 벽소령대피소에도 일몰이 찾아온다.
모포를 2장 빌렸다.
한장은 깔고 한장은 덮고 잤는데, 등이 많이 아프다.
내일 장터목에선 모포를 3장 빌려서 두장 깔고 자야지.
긴 냉장고바지에 반팔입고 잣는데 춥지 않았던 벽소령대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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