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딱섬 좌대

2015. 9. 24. 09:38여 행

통영 딱섬 좌대 ....

이런 단어의 조합은 처음이다. '통영'이라는 명칭외에는 무슨 뜻인지 알아 듣지 못했다.

황금같은 금요일이지만 콧물이 흐르고 기침을 하면 멱살을 잡아야 할만큼 일주일째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이런 나는 회사 야유회 같은 야유회 같지 않은 모임에 개줄에 묶인채 끌려가듯 차에 태워졌다.

 

체념하듯 생각한다. 그래 ~ 심하게 더 아프면 입원이라도 하면 되지머 .... 하는 심정으로 나는 통영으로 향한다.

 

 

 

 

 

 

달아공원을 지나고 연대도 배 타는곳에서 배를 타고 '딱섬 좌대'를 위해 배를 탄다.

나중엔 안 사실이지만 나는 섬이 아닌 바다 위 콘테이너에 있게 된다.

 

 

 

 

 

 

앞,뒤 사방으로 섬이 보인다.

배를 타고 10분도 채 오지 않은듯 하다.

앞에 보이는 저 콘테이너가 오늘 하루 묵을곳이다.

 

잘은 모르지만 여러명과 말 많은 사내들의 이야기를 조합해본 결과 '좌대'라는 것은 낚시를 하는 일종의 형태이고

바다 위에 떠 있는 콘테이너는 바다 위의 게스트하우스 정도 된다.

인당 돈을 내면 누구나 잘수 있고 낚시를 할수 있다.

인원수가 많을 경우 금액 조절을 하기도 하고, 콘테이너채로 빌리는 경우도 있다.

오늘의 경우 콘테이너 두동을 빌렸다고 한다.

 

 

 

 

 

 

 

왼쪽 콘테이너엔 냉장고가 있지만 씽크대가 없고, 오른쪽 콘테이너엔 냉장고, 씽크대 다 있지만 방이 작다.

오른쪽 콘테이너 뒷편 초록색 천막 아래에 요리를 할수 있는 씽크대가 있다. 이곳이 메인주방인 셈이다.

 

오른쪽콘테이너 작은창문 난 곳이 화장실이다.

변기 있고, 안에 샤워기는 있지만 씻는 사람 못본듯 하다.

샤워기 물 많이 틀경우 배수가 늦어서 신발 젖을수 있으니 참고.

 

 

 

 

 

 

 

양식장처럼 보이지만 바다에 고정되어 둥둥 떠있는 시설이다.

웬지 안에는 물고기가 득실댈거 같지만 이곳은 그냥 바다.

가두리양식장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고 한다.

 

 

 

 

 

 

 

 

 

 

 

저녁시간이 되었지만 아무도 밥 먹을 생각은 없는듯하다.

멀리서 배가 지나갈때나 파도가 칠때마다 구조물은 흔들렸고, 허공에 손을 저으며 먼가 잡을거리를 찾기에 급급했다.

그런 시간이 한참 지나고 있었다.

 

어른 손바닥 크기보다 작은 전갱이가 올라온다.

흔들리는 파도에 먼가를 부여잡고는 떼거리로 멀 먹어야 할지 고민중이다.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아무도 저녁 먹을 생각을 안해서 김치에 참치를 넣고 구조식량처럼 직원이 찌개를 끓여주었다.

밥통에서 데워진 햇반하나를 들고 전갱이가 구워지길 기다렸지만 감감무소식.

소금을 사살 뿌려밧지만 그래도 감감무소식.

숯불이 꺼졌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햇반에 식어가는 찌개 한숟가락 떠먹었더니 역시나..... 아직까지는 맛을 느낄수 없는 나의 몸땡이 상태이다.

그냥 식감이다... 씹을때마다 귀가 울렁울렁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거 같다.

 

글을 적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니 기운이 쫙 ~ 빠지는거 같다... 화이팅 !!! 해야겠다.

 

 

 

 

 

 

 

동료의 아이가 돔을 잡았다.

몸상태가 꽝이었기에 감탄사를 지를수는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돔의 뼈까지 다 먹을수 있었을텐데..... 돔 한점 먹어보니..... 아무맛도 느낄수가 없다....

감기몸살의 몸땡이가 원망스러울뿐..... 자연산 돔을 보아도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은 슬픈 현실이다.

 

 

 

 

 

 

 

적당한 두께의 오겹살은 굽고 또 구웠다.

두동의 콘테이너 사이에 길다란 테이블도 두개 있고, 그 사이엔 숫불을 피울수 있는 화로가 있었다.

고기불판과 후라이팬 두개를 올려서 삼셥살을 지글지글 구웠다.

돔 한마리를 해치운 사람들은 삼겹살을 먹지 않을듯 하더니만 굽는 족족 흡입하고 있다.

이 맛나는 괘기를 맛이 아닌 단지 식감으로만 먹어야 하는 감기몸살의 몸땡이가 원망스럽지만 괘기연기 다 맡으며 괘기를 굽고 있다.

멀리서 배가 지나가면 콘테이너 구조물이 흔들리는 허공에다가 손을 젖다가 또 먼가를 부여잡는다.

아니면 의자에라도 앉아야 한다. 많이 어지럽다.

 

누군가 '상추가 없냐'는 질문을 해왔지만 모른척했다.

이제까지 야채, 설겆이 담당은 나였는데 이 몸땡이에 상추까지 씻었다가는 바다에 심청이처럼 뛰어들 판이다.

다행히도 환경에는 안좋지만 일회용품의 힘을 빌어 설겆이 필요없는 저녁식사 시간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불꺼진 전갱이에 또다른 전갱이가 더해져 숯불이 또한번 타오르고 있다.

이건 머지.... 전갱이맛이 느껴진다. 역시 생선구이로 나는 살아 나는 것일까....

 

 

 

 

 

 

 

 

 

냉장고와 텔리비젼은 콘테이너 내부에 다 있고, 오른쪽 콘테이너에는 씽크대가 있다. 창문 뒤편에도 메인주방이 있다.

보일러와 에어컨 시설이 있다.

왼쪽 콘테이너엔 텔레비젼은 안나온다고 누군가 궁시렁 거렸고,  오른쪽콘테이너 가스렌지 불이 안켜지던데 가스밸브 켜는 곳을 찾지 못했다.

다행히 일회용 버너와 냄비를 준비해가서 불편한 점은 없었다.

 

 

 

 

 

새벽 2시가 안되어 다들 잠들었고, 나는 그제서야 약기운인지 정신을 차릴수 있었다.

사람소리가 없어진 바다는 고요하기만 하다.

바닷물이 하루에도 몇번씩 빠졌다가 들어왔다가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하루에 한번만 빠졌다가 들어오는거 아니었음?

바람 부는 새벽이었지만 그날따라 바람이 차갑지 않았다.

긴팔티셔츠에 핸드폰 음악소리 줄이고는 바닷가 의자에 않았다.

이곳은 곳곳에 의자가 많~다.

부실한 의자도 가끔 있으니 조심해서 앉아야 한다.

 

멀리서 파도가 쳐오면 무셔 ~ 무셔

그럴때면 괜시리 헤드랜턴을 밝게 켜보기도 했다.

바닷바람을 맞아서인지 사람들속에 섞여서 웅성웅성 거려서인지 컨디션이 좋아지는거 같다.

 

멀리 보이는 통영 이에스리조트의 가로등은 새벽 2시에 불이 꺼졌다.

나처럼 이 밤이 아까운탓인지 늦도록 불이 켜진 객실이 더러 있다.

잠이 올거 같지 않지만 너무 앉아 있다간 아예 잠을 못잘거 같아서 자러간다.

 

새벽 5시 .... 물이 들어오는 시간이라고 했다.

일찍 잠들었던 동료 한명은 벌써 일어나 낚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아침 공기만 뻐끔뻐끔 마시고는 다시 잠들었다.

 

볼락매운탕을 끓이는동안 동료들은 참지 못하고 내가 먹을려고한 삼겹살김치찌개를 흡입해서 볼락매운탕 끓은 이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이번에 필요한 물품을 내가 적고는 다른동료가 마트에서 장을 보았는데....

올 겨울에도 생선매운탕 자주 끓여 먹어서 당연히 마늘,소금,고춧가루만으로 매운탕재료를 구입해왔는데, 볼락매운탕 끓이려던 동료의 얼굴색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최소한 '무'를 달라고 했으나 야채 비슷한 것도 없었다.

다행히 이런 일이 벌어질것을 알았는지 동료는 집에서 된장을 준비해왔다.

감기몸살의 내게 볼락매운탕은 그냥 된장맛만 느껴지는듯 하다.

암튼 된장이 얼마나 몸에 좋은가? 국물 한그릇 마셨다.

 

파도치는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볼락매운탕 끓인 동료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건넨다.

 

 

 

 

 

 

정면에 보이는 건물은 통영수산과학관, 이에스리조트이다.

해무가 걷히고 가로등 밝힌 이에스리조트 참 좋아 보였다.

 

 

 

 

 

 

내가 서 있는 이곳은 바다에 떠있는 구조물이지만, 앞에 보이는 섬과는 불과 몇미터 거리이다.

밤 늦도록 불밝히던 슈퍼에는 무엇을 파는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요런 의자가 곳곳에 있다.

낚시용의자겠지만 산책삼아 낚시 안해도, 밤에 바다를 즐김에 좋다.

대신 부실한 의자도 있으니 조심히 앉아야 한다.

밤에도 아침에도 비가 오다 말다를 하더니만 점심무렵엔 아예 빗방울이 굵어졌다.

기상청예보가 딱딱 들어맞고 있다.

달아공원에서 바다 한번더 보고는 집으로 향한다.

달아공원 앞에는 주차공간이 협소한대신 주차비가 무료이고, 달아공원 바로아래엔 주차공간 엄청 넓지만 유료이다.

 

 

 

 

 

낚시 후엔 태진기사식당의 주물럭을 먹어야 한단다.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주물럭 주문

 

다른 메뉴들도 많지만 태진기사식당엔 거의 주물럭을 드신다고 한다.

토요일 점심시간 전이지만 사람들이 많다.

 

 

 

 

 

  

태진기사식당 주물럭 1인분 7천원

 

 

 

 

 

 

양이 많아 보인다. 저울 아닌 주방이모 손 덕분에 푸짐할거 같다.

시뻘게 보이지만 맴지 않다. 매운거 못먹는 나도 잘 먹는다.

고기반 양파반이지만 익으면 양파양은 얼마 되지 않는다.

 

 

 

 

 

 

 

고기를 자르다가 사진 한장 찍을려고 하니, 다른 이모의 반응이 재밋다, 바쁜 시간에 머한다고 그걸 찍어서 ~ 잔소리가 늘어진다.

기분 상해바야 내손해 ~ 야무지게 한쌈사서 공기밥에 먹는다.

일하시는 분이 두분이상이신데 한분은 유독 사진에 예민하시다. 조심 조심.

눈씻고바야 음식사진 찍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자다 일어나서 맛있게 한그릇하고 집으로 향한다.

 

혹시 바닷바람에 아픈거 나은건가??

아니었다... 그날 밤부터 또 콧물이 흐르고 기침을 하고..... 나는 여적 감기에 시달리고 있다.

나의 면역력은 도대체 언제 살아난단 말인가 !!!!!

 

 

 

 

 

푸념처럼 풀어낸 이야기지만 혹여나 처음 낚시가는 여성분들을 위해 몇자 적어봅니다.

 

따뜻한 옷 여분으로 챙기세요.

화장실 무서워 할 정도는 아니에요. 화장실이 한곳이라 남녀가 같이 사용해야 한다는 단점은 있어요.

잠자리 공포가 있다면 매트리스와 침낭을 준비해 가세요. 저는 가방 가득 매트리스와 침낭을 준비해갔어요.

볼락,전갱이가 올라오고 운이 좋으면 돔도 잡을수 있어요. 불빛에 작은 물고기들이 많이 모이는데 맛이 없는 물고기라는 평.

술을 많이 먹으면 당연하겠지만 그 다음날 많이 힘들어요. 높은파도에 울렁거릴수 있으니 음주는 적당히.

그릇,냄비,가스버너 많지만 준비해가면 더 좋아요.

냉장고에 물고기밥을 넣어두는 경우가 한혹 있으니 냉장고 열때 주의요망.

난방,냉방 잘되니 걱정마세요.

 

잡을 물고기만 바라지 말고, 좋아하는 먹거리나 간식거리를 사오면 더 즐거운 시간이 될거에요.

 

 

 

낚시가 처음인 사람도 손맛은 충분히 느낄수 있다.

물고기 크기의 문제이지 머든지 많이 잡히긴한다.

이날 돔,볼락,전갱이가 올라왔다.

커다란 전갱이를 놓쳤다는 누군가의 탄식이 있었지만, 아이들이 즐거웠으면 되었다는 말로 대충 해피엔딩.